[야구사랑] 외국인선수 적응력이 시즌 성패 좌우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30분
LA다저스 박찬호가 지금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다면 과연 20승을 올릴 수 있을까?
시속 160㎞에 달하는 불같은 강속구, 눈부신 체인지업에 난다 긴다하는 양준혁（해태） 박재홍（현대）도 꼼짝없이 당할 것은 뻔해 20승은 식은죽 먹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상상속의 대결이고, 실제는 상황이 달라진다.
박찬호가 투수들을 지치게 만들기로 유명한 쌍방울 선수들을 상대로 등판했다 치자.
타자들은 웬만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질 않는다.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이라도 벗어났다 치면 타석에서 공의 궤적을 뻔히 쳐다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천하의 박찬호도 투구리듬이 깨질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홈런신기록（70개）을 세운 마크 맥과이어가 한국에 왔다고 가정하자.
허약한 한국 마운드를 상대로 떡주무르듯하며 한시즌에 홈런 80∼90개를 날릴수 있을까.
국내 투수들은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공을 빼 잦은 헛스윙에 화가 난 맥과이어는 배트를 부러뜨릴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휘두르는 스윙중 3분의 1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플레이가 공격적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여부는 한국 스타일에 얼마만큼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한시즌 최다홈런（42개）의 기록을 세운 타이론 우즈（두산）는 몸쪽 공에 약한데, 우리 투수들 또한 인코스 공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간파하고 바깥쪽 공을 여지없이 두드려 금자탑을 쌓았다.
외국인 선수는 기술적인 면외에 코칭스태프와의 융화, 음식 잘먹기의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조지 카날리, 에디 피어슨（이상 현대）은 한국음식이라면 겨우 불고기만 먹어 팀관계자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은 구단의 특별양식 제공으로 식사는 그럭저럭 떼운다 해도 시즌내내 라커룸을 진동시키는 김치 등 음식 냄새를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 로마이어（한화）는 `제2의 우즈'로 기대를 모은다.
바깥쪽 볼의 밀어치기와 팀배팅에 능하고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빠른 문화적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개구리 튀는 방향처럼 전혀 예측불허인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력에 따라 올시즌도 팀순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