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백씨] 혼합매체에 예술혼 입힌 마술사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백남준씨를 보더라도 미디어아트야말로 한국작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장르가 아닐까요."
신예 테크놀로지 아티스트 이용백씨(33).
삼손 같은 긴머리를 휘날리며 능수능란하게 첨단 과학기술장비를 만지고 그속에 `정체성'을 모색하는 예술을 담아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신문로 성곡미술관 초대로 30일까지 미술관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일의 작가전 Ⅶ' 초대전 `촉각적 다큐멘타리'전.
미술관 3개층에 펼쳐진 10여개의 작품들속에서 비슷한 작품은 찾을 수가 없다.
"작가에게 `자기복제'야말로 금기"라는 이씨의 신념때문이다. 전시장엔 비디오설치작업에서부터 소리 조각(sound sculpture), 사진설치작업, 드로잉 등이 어우러져있다. 첨단 기술과 예술이 하모니를 이루는 `테크놀로지 아트'의 현주소인 셈. 혼합매체 전시다.
다양성으로 인한 산만한 감도 없지 않지만, 열악한 작업환경속에서 쌓아올린 작가의 열정과 집요함, 작품성과 공학적 기술의 조화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론가 김홍희씨도 "거친 부분은 있지만 앞으로 지켜볼만한 좋은 작가"라고 평한다.
전시 대표작은 `파란빛과 노란색'. UMU라는 특수 유리를 사용,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허상들과 유리 뒷면에 있는 실재상들의 교차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 `촉각적 다큐멘터리'는 레일 위에 LCD모니터를 설치, 게이의 신체를 사각형의 모니터 프레임에 맞춰 훑어 내려가면서 남성, 여성이라는 `젠더(gender)'에 관한 사회적 규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검은 숲'은 10여개의 나무 기둥에 센서를 달아 관람객이 지나갈때마다 각각 다른 소리가 나도록 한 관객참여를 고려한 소리 조각. 그외 `건조한 대화' `위치, 컴플렉스' `나르시스의 아기' 등도 눈길을 끈다.
홍익대 서양화과 재학시절 `황금사과'를 결성, 활동했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회화 조각 비디오를 공부했다. 국내 개인전으론 9년만의 두번째 개인전. 올 10월 금호미술관에서도 기획전이 예정돼있으며, 2000년 문주, 임영선씨 등과의 베를린, 텔아비브 전시 등이 예약돼있다. (02)737－7650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