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능력있는 1군마 '마구잡이 퇴출'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30분
경마는 말을 혹사시키는 레저다.
그래서 경마 시행체들은 경주마를 `신주'모시듯 떠받든다.
하지만 마사회는 경주마를 푸대접하는 면이 있다.
마구잡이로 퇴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경마에서 능력없으면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사회는 능력이 우수한 말들에게까지 퇴출압력을 가하고 있다.
경주마의 최고 등급인 1군 말 가운데 30％인 60마리 가량이 퇴출대상에 포함돼 `눈치밥'을 먹고 있다.
이들은 출전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마사회가 레이스를 편성할때 신청마들에게 상금순으로 출전티켓을 주기 때문이다.
또 출전기회를 얻는다 해도 정상급 준족들의 그늘에 가려 상금을 벌 수가 없기에 월 50만원이나 되는 밥값만 축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이다.
마사회는 이들에게 상금벌 기회를 주기는 한다. 부담중량을 다른 말들보다 최고 12㎏까지 덜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담 중량 60㎏인 말과 48㎏인 말이 한 레이스에 출전한다.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부진마에게 12㎏아니라 30㎏을 덜어줘도 준족들을 이길 수 없다.
이런 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자진 퇴출하도록 한다면 이는 낭비가 분명하다.
외국산마 한마리 값이 1천만원, 국산마 1천600만원이므로 최소 6억원 이상을 버리는 셈이다.
IMF사태로 외국산마 수입이 어려운 판국에 `우등생 속의 열등생'을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5군에서부터 승급해 올라온 말들로 바둑으로 치자면 `입신（入神）의 경지'라는 9단에 해당한다.
따라서 1군의 부진마들은 무능한 말이 아니다.
경마전문가들은 이들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1군 레이스를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 선수와 프로선수가 함께 겨루는 식의 저질 레이스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