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근시-원시 다 가능한 렌즈 세계 첫개발
기사입력 1999년 02월 24일 15시 08분
40대 초반의 안경사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형 누진다초점（累進多焦點）렌즈의 개발에 서막을 열었다.
누진다초점 렌즈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안경선진국에서조차 해결할 수 없었던 광학적 결함인 비점수차（非點收差．초점분산）와 왜곡수차（歪曲收差．빛의 굴절）를 제거한 획기적인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광화문 4거리 모퉁이에 있는 4평 남짓한 `세종로 안경점'의 주인인 이병기씨（41）.
이씨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초점을 동시에 흔들림 없이 맞출 수 있는 `누진다초점렌즈 제조방법'을 지난해 12월 29일 특허청에 출원, 특허등록을 마쳤다.
지난 76년 서울역앞 세브란스 안경점에서 수동식 연마기로 렌즈를 다듬던 종업원으로서 20여년만에 각고의 노력끝에 개가를 올린 것.
18년 동안 세종로 안경점을 지키면서도 잠시도 안경 연구에서 손을 뗀 적이 없다.
독학으로 안경통신강의를 2년 동안 받아 86년에는 대한안경인협회가 주는 안경사 자격을 얻었고 가게문을 닫고 충남 대덕의 KAIST 교수를 만나러 수차례 새벽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십수년 동안 혼자서 연구한 내용만 해도 원고지 1만여장이나 됩니다. 지난해 수해때 물에 젖은 것을 빼고 현재 남은 것은 2천여장 정도 있어요."
이씨가 개발한 누진다초점렌즈는 30대 후반부터 찾아오는 노안（老眼）에 따른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형 신상품.
2년후에나 완제품이 시판될 것으로 보이는 `설계상의 작품'은 현재 KAIST 교수진과 공동연구작업에 들어가 명실상부한 산학협동의 표본으로 회자되고 있다.
"완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몰드를 만드는데만 해도 2억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현재로서 선뜻 돈을 마련할 수 없지만 외국에서 공동 개발하자는 제의만큼은 사절했습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