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대만 대학에서 부는 코리아 열풍
기사입력 1999년 02월 21일 14시 59분
대만에서 느닷없이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타이베이에 있는 문화대학, 대만사범대 등 각 대학 게시판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현지 PC통신과 인터넷에도 "한국어 교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나" 등 대만 네티즌들의 `한국어 구혼장'이 심심찮게 뜨고 있는 것.
이런 한국어 열풍의 진원지는 인기 그룹 `클론'.
일명 `쿠룡'（酷龍:멋있는 용）으로 불리며 지난해 8월 대만에 진출했던 `클론'은 `빙빙빙' `쿵따리샤바라' 등을 히트시키며 10∼2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클론의 12개 히트곡을 모은 한국어 앨범은 무려 40여만장이나 팔렸다.
이 바람에 대만 팬들은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라하느라 `사랑해요' `멋있어요' 등 웬만한 단어는 줄줄 외울 정도다.
최근 대만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안보연씨（27．여）는 "대만에서 여지껏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며 "TV 인기사극 끝장면이나 영화의 예고편 앞에 클론이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가 나올 정도로 대만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전 가수 김완선이 이곳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지만 노래 대부분을 현지어로 불러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
올해 들어선 박진영의 `허니', DJ DOC의 `DOC와 춤을' 등 한국가수들의 최신 히트곡을 모은 음반이 8만여장이나 나가는 등 `제 2차' 한국가요 붐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대만 대학들 중 한국어과가 있는 곳은 문화대학 등 몇군데 뿐이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은 아예 없다.
한국 유학생들이 한-중 수교 이후 북경이나 상해 등 대륙으로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대만의 한국 유학생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문화교류도 그 여파로 시들한 실정이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유학생과 한국어를 아는 화교들의 인기는 덩달아 `상한가'란다.
또 몇몇 외국어 학원의 경우 이런 분위기에 편승, 한국어 강좌를 신설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락 레코드사 권경미 과장（32．여）은 "지난 연말 여성그룹 `디바'가 타이베이에 진출했고 지난 달에는 SES와 HOT가 대만에서 한국어 음반을 내놓았다"며 "클론이 일으킨 한국어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