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윗니 부러지는 중상딛고 팀승리 견인
기사입력 1999년 01월 25일 14시 35분
한때 아무도 말리지 못했던 `농구천재' 허 재(34．나래)를 지켜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시절 `승부는 그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농구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추앙받았던 허 재.
기아에서 뛰는 동안 그는 "다음경기를 어느 팀과 벌이는지 관심이 없었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자신이 아니라도 김유택 강동희 김영만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했던 기아는 이기는 게 당연했기 때문.
물론 방심하는 날은 경기를 그릇쳤지만 별로 마음에 두지않았단다.
우승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나래로 옮긴 요즘 허 재는 2주 정도 경기스케줄은 줄줄이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위팀과의 승차까지 신경을 쓴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 한솥밥을 먹게 된데다 얼마전엔 플레잉코치라는 부담스런 직위를 차지해서다.
지난 24일 나산전서 경기시작 5분여만에 치아가 두개나 부러져 고통을 호소했던 허 재가 2쿼터에 출전을 자원했던 것도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잇몸을 솜으로 틀어막은채 코트에 나서는 그의 투혼에 후배들은 그때부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나래가 3쿼터 이후 허 재뿐만 아니라 센터 데릭 존슨까지 빠진 상태에서도 줄곧 20여점차 이상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천재의 투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