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한국인, 한국역사에 관한 책 소개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5시 07분
◇조선의 부정부패 그 멸망에 이른 역사
역사학자 박성수씨(68．한국정신문화원 객원교수)는 "한국은 두 번 망한 나라"라고 말한다. 20세기초의 일제 식민통치가 그 하나. 20세기 말의 IMF구제금융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제2의 망국'이다. 우리는 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할까.
박씨는 조선이 망하게 된 이유를 되짚어보고 혹독한 비판을 가하면서 오늘의 위정자들에게도 화살을 겨눈다.
그는 조선 망국의 첫째 원인으로 관료사회의 부정부패를 꼽는다. 불행한 점은, 조선 멸망을 초래한 부정부패가 현대에도 거의 나아지지 않은 것. 대한민국 50년사는 조선왕조 500년사의 축소판이다.
특히 "조선왕조는 차라리 선조말에 망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에 일대 혁신정치를 했거나, 왕조교체가 이뤄졌다면 우리 근세사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고종을 옆에서 지켜본 시종원 부경(청와대 비서실장에 해당) 정환덕의 회고록 `남가몽'을 중심으로 구한말 역사의 이면을 서술한 `최후의 황제와 대한제국 이면사'(1장), 조선시대 대표적 부정부패와 당파싸움이 어떻게 싹텄는지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 `부정부패가 망국을 불렀다'(2장)로 꾸며져 있다. [규장각]
◇한국인이 잘 모르는 뜻밖의 한국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한국인의 한국에 대한 지식도 그런 경우가 많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밥을 지어 먹었고, 왜 우리는 시집간 여자가 성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따위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다.
김경훈씨가 쓴 이 책은 자연, 풍습, 삶, 지혜, 정치, 경제로 나누어 생활 속의 작은 역사를 찾아낸다. 역사적 사실들보다 재미있고 놀라운 흥미거리들을 다룬다. 한국인에 대한 139가지의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운다.
신라시대 절 안에 이미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선조가 남자들의 귀고리를 금하는 전교를 내릴만큼 조선시대까지 남자들도 귀고리를 하고 다녔다, 고려시대엔 친오누이가 아니라 어머니가 다른 오누이 간에는 혼인할 수 있었다는 등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지은이 김씨는 그동안 `한국인 트렌드', `한국인의 66가지 얼굴', `어, 그래?'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가서원]
◇한국인을 말한다
1982년부터 15년동안 서울특파원으로 활약한 영국 더 타임스 마이클 브린기자가 쓴 한국보고서이자 진단서. 우리가 잘 모르는 한국인의 이면을 외신기자의 눈으로 파헤친다. 서구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쓴 책이다.
사회가치, 경제, 정치로 나누어 한국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비전도 함께 제시한다. 일본인 기업가 이케하라씨의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과 비교하며 읽으면 더 흥미롭다.
브린에 의하면 한국인은 폐쇄된 상점과 같다. 따라서 외국인은 자신이 영원한 손님이고 한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인은 또 반만년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역사적 업적을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개인적이다.
독도 문제에서 보듯이, 사실을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하기 보다 매번 머리에 온갖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동여매고 구호를 외쳐대는 행동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의 중요한 국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민족적 자신감이 고양되어 있고, 그렇게 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