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서정환감독 오버액션 '글쎄?'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5시 00분
때로는 약（藥）도 지나치면 독（毒）이 된다.
휴일인 17일, 인천구장에서 삼성 서정환감독（43）의 `행패'를 지켜본 팬들은 이맛살을 찌푸렸을 게 틀림없다.
사태가 벌어진 것은 더블헤더 1차전 현대가 5－2로 앞선 4회말.
무사 1,3루 3번 쿨바의 타석에서 삼성 투수 최창양은 2번씩이나 타자 머리를 향해 투구했다.
위협구를 던질 상황은 아니었지만 보기에 따라선 `빈볼'로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심판실장인 황석중 3루심이 최창양에게 경고를 내리자 이때부터 서감독의 `분풀이'가 시작됐다.
심판에게 어필하는 걸로는 성이 안 찼는지 선수들에게 철수지시를 내린뒤 덕아웃에서 의자를 내려 치고 물병을 집어 던지는 등 한동안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서감독의 이런 과격한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일 광주 해태전에서는 덕아웃에 있던 방망이로 기록용 책상을 내리친 적이 있었다.
4회초 2루주자 김태균이 9번 양용모의 우전안타때 슬라이딩하지 않고 홈에 뻣뻣이 서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5년간 해태 코치를 지냈던 서감독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해태 김응용감독이 그랬던 것 처럼 해이해질 만한 선수들에게 `폭거'로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
하지만 프로 최연소 감독에게 신선함을 기대하던 팬들은 실망스럽다.
`즐겁고 재미있는 야구' 대신 80년대식으로 `윽박지르며 정신력을 강조하는 야구', `1승에 목매는 야구'가 또다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감독의 과격함에 주눅든 삼성 선수들은 17일 선두 현대와의 더블헤더 2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분위기가 착 가라 앉았다.
지휘자의 `오버 액션'이 가져다 준 결과가 아닐까.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