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교수 인터뷰] '상상력 위축 큰 손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03시 16분
마교수는 지난 92년 10월 젊은이의 성풍속도를 리얼하게 다룬 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성이 짙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직위해제됐었다.
타의에 의해 캠퍼스를 떠났던 그는 지난 3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1일자로 연세대 교수직(부교수)에 복직됐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연세대 인문관 2층 대강의실에서 "사회구성원의 성욕과 사치를 억압해온 경직된 사상이 IMF체제를 초래했다"는 이색강의를 했다. 마교수는 지난 13일 기자에게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복직된 소감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동안 사회적인 소외감과 신분의 박탈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나.
▲교수가 타의로 학교에서 등떠밀려 나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그것도 학기중 구속이었다. 집에서 책을 8권이나 썼다. 쓰는 것만이 허허로운 마음을 다잡아주는 구원이었다.
－`즐거운 사라'같은 `음란성'시비에 걸릴만한 내용인가.
▲아니다. 그 일(구속)이 있고나서부터 `자기검열'이 강해졌다. `사라를 위한 변명'이란 문화비평서를 비롯, 철학에세이인 `운명', 그리고 소설 `불안', `시학', `성애론' 및 시화집인 `사랑의 슬픔' 등을 썼다.
－당시 법의 판단에 대한 유감은.
▲감정의 앙금은 없어졌다. 대중문화에 대한 가치판단기준이 모호한 때에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만큼 작가의 상상력도 위축됐다.
－외부 강연을 많이 다니던데.
▲순전히 학생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강연내용은 주로 개방문화시대에 변화하는 윤리관이다. 서울시내 대학은 물론, 지방대의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의 `부름'으로 많이 다녔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것같다. IMF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정서적 갈등을 겪는 것같다. 그럴때마다 내가 쓴 철학책 `운명'을 강의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므로 `단순솔직해지라'고 말한다.
－시간강사도 했다는데.
▲지난해부터 모교에서 시간강사로 `희곡론'을 강의했는데 1시간당 2만원의 강사료를 받았다. 1주에 3∼6시간 정도 강의를 했다. 돈의 많고적음보다도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앞으로 계획은.
▲2학기부터 국문과 학생들을 위한 `문예사조사'와 `연극의 이해', `현대문장론' 등을 강의할 것이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