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짝짓기 해프닝' 속출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4시 34분
`사육사가 4월에 빨간 내복을 입는 까닭은?'
요즘 동물원은 발정기를 맞은 동물들의 `사랑의 스튜디오'같다.
물고기들에서부터 침팬지 백곰까지 대부분 동물들이 `짝짓기'에 한창이다.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짝짓기'를 도와주기 위해 아이디어 짜내기에 혈안이 돼 있고, 웃지못할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요즘 에버랜드 동물원의 오랑우탄 사육사들은 빨간 내복을 입고 다닌다.
오랑우탄 숫놈에게 암놈을 짝으로 맺어줬는데도, 전혀 `합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빨간 내의를 입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숫놈 오랑우탄이 빨간 색만 보고나면 암놈과 춘정을 불사르던 경험을 떠올려 사육사 중 한명이 빨간 내복을 입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 오랑우탄 숫놈을 자극키로 했다.
빨간 내의 사육사가 오랑우탄 앞에서 교태를 부리자（?） 오랑우탄 숫놈은 이내 흥분해 날뛰었고, 이 작전은 주효한 듯 했다.
그러나 사육사는 30초도 채 안돼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우리 밖으로 줄행랑을 쳐야 했다.
잔뜩 달아오른 오랑우탄 수컷이 자기 파트너가 아닌 사육사한테로 `사랑의 눈길'을 보내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침팬지 종인 맨드릴의 경우엔 발정기가 따로없는 오랑우탄과는 반대로 사랑 행위가 너무 뜨거워 사육사들이 이를 중도에 말리느라 신경쓰는 케이스.
사육사들은 맨드릴 우리 옆을 지나갈 때마다 숫놈이 암놈을 붙잡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했고, 왜 그럴까 의문을 품게 됐다.
고심 끝에 사육사들은 드디어 해답을 찾아냈다.
사육사들은 자신들의 갈색 유니폼이 맨드릴의 몸체 빛깔과 비슷하기 때문에, 맨드릴 숫놈들이 `동족'으로 오인한 나머지 암컷들을 보호하기 위해 껴앉는 행동을 취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맨드릴 우리에 들어가는 사육사들이 갈색 유니폼을 입지 않자, 맨드릴들의요란한 사랑 행위도 크게 줄어들었다.
해양동물이 대부분인 63수족관은 발정기가 되면 실내 조명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해달의 경우 야성을 유지하도록 미국에서 수입한 트로라이트 형광등을 우리에 매달아 신방 분위기를 만든다.
펭귄사에는 자외선과 적외선이 나오는 독일산 건강 램프를 설치해 10분 점등, 50분 소등 식으로 24시간 비춰준다.
해양동물의 짝짓기에 도움이 되도록 영양제, 칼슘, 전해질 등을 먹이고, 스태미너 보강을 위해 1주일에 한번씩 살아있는 꽃게와 새우를 주는 것은 기본이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