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명작순례] (14)정범태'열쇠장수'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4시 34분
천형을 짊어진 걸까.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자물쇠를 주렁주렁 단 노인. 안경 너머로 상대를 응시하는 주름진 얼굴이 서글프다. 그러나 파이프 담배와 모자, 흰셔츠에 넥타이는 노인의 강한 자존심을 읽게 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50년대 후반 해방촌에서 자취하던 작가의 옆방에 살던 열쇠장수 신씨. 같은 이북출신으로 남대문 시장에서 미제 자물쇠를 팔았다 한다.
앞서 소개한 `피리부는 소년'처럼 초기부터 일관해온 휴머니즘이 짙게 밴 사진. 56년 조선일보 사진기자로 출발한 정씨는 59년까지 예술작업과 사진일을 겸하면서 세계각국의 국제사진전에서 수상했다.
그러나 이후 두마리 토끼 쫓기에 지쳐 보도사진에 전념했다. `춤'현장을 기록한 춤사진으로도 유명해 85년 10권의 `한국의 명무'（열화당）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춤사진집을 낼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