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주니치 '한국감독' 선동열
기사입력 1998년 04월 24일 14시 05분
★…`주니치에도 한국 감독이 있다?'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이 모여있는 `미니 국가대표'인 주니치내 한국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은 바로 최고참 선동열이다.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
"선군, 앞으로 리（이종범）가 폭주하다 아웃되면 같이 벌금을 물리겠어."
호시노감독이 이종범이 듣는 데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동열에게 한마디 던진다.
이종범이 그동안 의욕이 넘쳐 약간은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하다 주루 도중 횡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던 까닭이다.
이런 이종범의 플레이에 대해 호시노감독이 선동열에게 한마디 하는 것은 바로 `동생동사（同生同死）', 함께 살고 함께 죽는 공동 운명체임을 강조하는 것.
비록 8년이나 터울이 지지만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이자 해태시절 한솥밥을 먹었고, 이제 주니치에서도 함께 뛰게 된 것을 보면 선동열과 이종범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아마도 전생에 한 형제였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호시노감독의 말은 이종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야구 선배이자 일본 프로야구에 2년 먼저 진출한 선동열이 이종범을 잘 지도하고 이끌어달라는 책임을 일깨우는 것.
선동열도 이러한 뜻을 잘 알고 있고, 이종범도 최근 경기에서는 주루사가 거의 없다.
그런데 호시노감독은 둘에게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통역인 최인호씨를 통한 공식 지침에서는 "실수는 있을 수도 있으니 과감한 주루를 하라"고 전달한다.
자칫 실수가 잦으면 팀 공격의 맥을 끊을 수도 있지만 이종범 정도의 센스와 빠른 발을 갖춘 선수라면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할 때 이종범은 "나는 야수니까 그래도 괜찮지만 이제 같은 투수인 （이）상훈이가 왔으니 상훈이가 실수하면 동열이 형님은 더 큰일이네요"라고 한술 더 뜬다.
어쨌거나 선동열은 `수호신'이라는 자신의 일 외에도 두 후배인 이종범과 이상훈을 일본 야구에 적응시키고 다독거려야 하는 `감독' 역할을 하게 됐다.
[나고야＝이준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