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68)란제리 룩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4시 47분
개나리 노래지고 진달래 붉어지더니, 여심(女心)도 마음 급하게 봄거리로 뛰쳐나왔다.
미끈한 몸매를 시원스레 드러내는 란제리 룩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있는 것이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패션기자 토비 피셔 마르틴이 쓴 `패션 속으로'(도서출판 새로운사람들)를 보면 란제리 룩에 관한 흥미로운 언급이 있다.
마르틴은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지난 88년 순회공연에 나선 마돈나의 의상을 디자인해주면서 겉옷으로 입는 란제리 룩을 유행시켰다"고 쓰고 있다. 란제리 룩은 마돈나의 아이디어였다는데, 과연 그녀의 당시 공연은 대단했다.
마돈나는 원뿔 모양의 브래지어 차림이었다. 그런 모습으로 허리를 앞뒤로, 좌우로 `요상하게' 비틀어대며 무대를 누볐다.
마돈나는 88년 공연 이후에도 브래지어와 팬티를 무대 의상 겉에 그냥 덧입곤 하여 패션의 금기를 가볍게 넘어버렸다. 그런 마돈나의 섹스어필한 모습은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곤 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이 노골적인 마돈나의 섹시 패션은 세계적인 대선풍을 일으켰고 다양한 변종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란제리 패션은 사실 마돈나와 함께 어느날 갑자기 도깨비처럼 나타난 것은 아니다. 마돈나의 선배인 마릴린 먼로도 생전에 이미 섹시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란제리 분위기의 스타일을 즐겨 입곤 했던 것이다.
란제리의 유래를 보면 빅토리아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아무 여자나 란제리를 입던 것은 아니었다. 18세기만 해도 섹시하고 관능적인 란제리는 난잡한 여자나 매춘부들이 주로 입던 옷이었다.
마르틴은 "란제리가 관능적이면서도 순한 이미지를 연출해준다"고 말한다. "란제리의 순한 이미지는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한 인상'을 준다"는 말도 한다.
란제리의 재질은 대개 실크 새틴 벨벳 등이다. 이런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으면 여자가 마치 애무당하는 듯한 `독특한 물리적 자극'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마르틴의 주장이다.
패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여인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노출이 심해진다고 한다. 올여름에도 불황과 IMF대란은 계속될 것이고, 그렇다면 란제리 룩은 그 어느해보다도 대유행할 것이다.
실제 의류회사들은 올여름 란제리 룩이 크게 유행할 것으로 전망, 생산량을 30∼50% 늘릴 것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