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보인다] (2)이벤트 게임
기사입력 1998년 04월 06일 14시 57분
며칠전 놀라운 경험을 했다. 동네에 아주 소규모의 놀이공원이 있다.
회전목마와 몇개의 놀이기구가 갖추어진 가족단위 놀이터인데 여기서 기발한 이벤트 사진사업을 하는 거였다.
이벤트 내용은 살인사건 취재 특파원 게임이다.
먼저 놀이공원 입구에서 참가자들을 접수한다. 커다란 게시판에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신문사 취재 특파원들을 모집한다고 써 있다. 특파원으로서 이 사건에 참가할 사람들은 일정의 참가비를 낸다. 접수창구에선 참가자들 전원에게 `Press'라고 찍힌 기자완장을 지급한다.
참가자들은 일단 경찰서장의 사건 발표장에 참석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지적게임을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경찰서장에게 받은 커다란 취재용지를 받고 그때부터 차례로 세명의 살인용의자를 취재하게 된다는 아이템이다.
살인 용의자들 세명은 광장에서 또는 어느 골목에서 또는 어느 집에서 자기와는 이 사건이 관계 없다는 진술을 하고 참가자들의 질문도 받는다.
그들 모두 영국풍 고전복장에 셜록 홈즈시대 가발을 썼는데 대학교 연극부원들인 듯하다.
수백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진지했다. 그 구성원이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혹은 연인들로서 모두가 보도 완장을 찬 채 사건기자 기분에 취해 이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에 놀랐다.
내 눈엔 장난으로 보였는데 그게 아닌거다. 그들에겐 마치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영화의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가 진지했다는 얘기다.
사건은 정해진 시간에 경찰에 의해 발표된다. 누가 왜 범인인가의 취재용지를 냈던 사람 중에 정답자들은 조그만 상품을 받는다는 식으로 이 게임은 끝난다.
이런식의 게임자료들은 전세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영화를 조금만 응용하면 얼마든지 있다.
이런식 이벤트 게임은 친구들과 잘 짜서 테마파크측과 얘기하면 된다. 어차피 놀이기구로 버는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해 준다. 아이템에 따라 수천명이 참가할테니깐….
위에서 설명한 이벤트의 핵심은 지적게임이란 점이다. 머리를 좋게해 주고 추리력을 키워 준다는 점이 부모들과 아이들을 같이 참가하게 만드는 거다.
선진국일수록 추리소설이 잘 팔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벤트는 비단 공원이나 테마파크뿐 아니라 동네나 학교단위 축제, 백마나 장흥같은 이벤트 하기 좋은 타운, 아니면 아예 연극인들이 지적게임 전문 무대를 차려도 된다.
더 나아가 비디오게임 소프트도 때려부수기 위주가 될 것이 아니라 머리가 좋아지는 소프트, 지적게임 소프트가 히트칠 여지가 많다.
부모들이 사줄테니깐. TV도 마찬가지（특히 케이블 TV라면）. 온가족이 다 참여하게 만드는 지적게임 프로그램 （꼭 살인사건만이 아니라）을 해답을 빼고 방영한 뒤 상품을 건 시청자 엽서공모를 받으면 시청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이다.
능력있는 사업가라면 거대한 이벤트로 이런 지적게임들을 기획해도 좋다. 출연자들이 대학 연극부원이 아닌 인기 연예인일 경우는 수만명의 참가자가 몇차례에 걸쳐 모여들테니까.
[김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