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월드컵 대표팀 축구OB회에 기금
기사입력 1998년 04월 03일 14시 12분
@…`경기도 만점, 미덕도 만점.'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타워호텔 로스룸. 단장을 집고 중절모를 쓴 백발의 노인들이 속속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들은 지난 1일 라이벌 일본을 2대1로 격파한 월드컵축구대표 선수들이었다.
지난해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모았던 뜻깊은 돈을 축구OB（원로）회에 전달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있었던 것.
전날 `수중전'으로 엄청난 체력소모를 했지만 모두 단정한 옷차림에 웃음을 잃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주장 최영일 선수가 이날 OB회 회장에게 전달한 돈은 3천만원.
지난해 프랑스월드컵에 4회 연속 진출하면서 받았던 포상금중 선수들은 100만원씩, 코칭스태프는 200만원씩을 추렴해 만든 돈이었다.
48년 런던올림픽 대표선수로 출전했던 이유형（87） 회장은 이 돈을 받아들고 감격에 겨워 어쩔줄을 몰랐다.
`이 어린것들이…'.
이유형옹뿐만 아니라 이 전달식에 참석한 10여명의 축구원로들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16강진출 부탁해" "너 정말 많이 예뻐졌구나" "자신있지" 등등.
등두드림을 당한 후배들도 모두 힘을 얻은 듯 홍조를 띤 얼굴로 "우리들이 이만큼 혜택을 누리게 된 것도 모두 선배님들 덕"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말 오랜만에 축구가족들이 따뜻하게 어우러진 한마당이었다.
[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