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세돌 초단●최명훈 6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03일 14시 12분
제4보(31∼52)＝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에서 두어지는 수들이 여과없이 한국에서 모방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객관적으로 실력면에서 한수 위라고 인정하고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체계적인 연구풍토가 척박했고 황무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모임자체가 전무했고 주도하는 기사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다 80년대 말 이창호, 유창혁이라는 걸출한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새대교체의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을 중심으로 기재있는 연구생 출신 기사들간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마침내 `충암연구회'라는 바둑모임이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밤낮없이 머리를 맞대며 짜낸 새로운 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본격적인 `한국형' 바둑이 정립되어 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제대회의 `성적'으로 이어지면서 우리기사들이 사용한 수들이 이론의 여지가 없이 국제적으로 자연스레 통용되어 갔으며 연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바둑계의 발전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흑 31은 국후 최 6단이 후회한 수. 실리에 너무 집착했다는 것이다. 이 수론 [참고도] 흑 1로 살아두었어야 중앙 싸움에서 보다 힘을 실을 수 있었다는 것. 흑 3 때 백은 4로 뛰는 정도이지만 그나마 흑 5로 붙여가는 수가 들어 어떻게 두어도 실전처럼 백의 행마가 수월치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최 6단의 후회였다.
백 34로 경쾌히 뛰자 흑은 35로 방향을 틀어 기대기로 중앙에 진출한다. 백 42에 더이상 밀릴 수 없기에 흑 43으로 젖혀 올렸고, 백 44로 끊기면서 51까지 중앙싸움은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흐름이 좋은 백으로선 52가 너무 손바람이 지나쳤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