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세돌 초단●최명훈 6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4시 47분
제3보(21∼34)＝90년대 들어 세계대회가 속속 창설되고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바둑이 `삼류'에서 `일류'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세계대회를 한국이 잇달아 제패하면서 한국바둑을 보는 시각과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
바둑의 종주국이라는 중국, 바둑의 최강국임을 자부해왔던 일본이 각각 그들의 자존심을 접고 한국바둑을 연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부심과 자존심만을 내세우기엔 이미 한국바둑의 위상이 높아졌고, 수준 또한 앞서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한국의 `바둑연감'을 중국과 일본이 수백부씩 정기적으로 구입해가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그것은 언감생심.
처음엔 국제대회에서 특출한 성적을 내는 한국의 몇몇 기사들만 연구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겨졌는데 요즘엔 아예 한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그리고 실전에서 시도되고 있는 여러 신수와 포석, 정석 등을 탐지하기 위한 `필독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면관계상 다음보에서 계속하겠다.
흑 21은 신수감이다. 그 전엔 [참고도] 흑 1로 한칸 뛰는 수가 주류를 이뤘다. 이에 백 2 젖힘이 알아두어야 할 대응. 흑 3, 5가 당연할 때 백 6, 8 끼워이음이 힘을 비축한 수.
흑 9로 밀어올리면 다음 백 A로 젖혀가 흑 B엔 백 C로 강력히 끊고 싸우는데, 특히 좌상귀에 백의 응원군(△)이 있으면 더욱 백이 유력하다.
그래서 흑 21 신수가 탄생한 것이며 27까지 빨리, 그리고 간명하게 안정하자는 취지다. 백 28은 타이트하다. 이 수로 29에 꽉 잇는 것이 두텁고 유연하지만 오히려 흑 29 끊음을 유도해 한판 붙어보자는 유혹이다. 하지만 흑 29는 기세의 끊음. 그런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