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10)
기사입력 1998년 03월 31일 15시 08분
수지에게 뺨을 맞은 세라는 깜짝 놀랐다.
뺨 맞은 게 아파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한 충격이었다.
사파리에 처음 도착해서 새로운 환경에 어안이 벙벙해 있는 상황에서 처음 맞은 것은 `수컷들의 전쟁'.
난리를 피해 조용하고 으슥한 곳으로 왔는데 이번에는 암컷이 뺨을 친 것이다.
세라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가해자'를 보았다.
순간 그 가해자가 또다시 뺨을 후려치려는 게 아닌가.
세라는 본능적으로 피했다.
수지와 세라 사이가 조금 떨어졌다.
이제 손을 쭉 뻗는 정도로는 피차 공격을 할 수 없게 됐다.
세라는 다시한번 수지를 보았다.
거기에는 자기 못지 않게 잘빠진 암컷이 냉기를 쌩쌩 품으며 서 있었다.
눈치 빠른 세라는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것을 알아챘다.
`쟤가 텃세를 부리는구나.'
사태를 모두 파악한 이상 세라도 다음 수순을 생각해야 했다.
2번째 공격에 실패한 수지는 내친 김에 세라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줘 `사파리의 여왕' 자리를 굳히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세라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사자사회에서 암컷의 역할은 독특하다.
동물원에서야 그럴 필요가 없지만 야생에서는 암컷들이 사냥을 해서 `기둥서방' 수사자를 벌어먹인다.
암사자들이 초원을 뛰어다니며 때로는 소뿔에 받히거나 얼룩말의 뒷발에 채여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싱싱한 고기로 식탁을 마련해 놓으면 수컷들은 느지막히 나타나 식사를 하게 마련이다.
또 `자기 수사자'와 먹이가 있는 지역을 지키기 위해 다른 동네 암사자들이 기웃거리면 피튀기는 싸움도 해야 한다.
그런 만큼 암컷도 상당한 전투력과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
수컷들의 싸움이 선이 굵다면 암컷끼리의 싸움은 앙칼질 만큼 예리하다.
때로는 수컷들의 왕위 다툼처럼 목숨을 잃는 희생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승부가 가려지면 한쪽이 도망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바우와 블랙의 타이틀전이 잠깐 중단된 사이 수지와 세라가 `안방마님 쟁탈전'을 벌이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