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쿨'] '해체라뇨?한참 잘나가는데'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5시 38분


"쿨이, 9월에 해체된다구? 무슨 소리야, 한참 잘나가고 있는데…." "쿨을, 지독히도 아끼는 우린 뭐냐? 이건 팬에 대한 배신이야."

얼마전 `쿨'이 해체된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자 쿨의 팬클럽 `아르코'를 필두로 인터넷, PC 등엔 `쿨의 변심'을 비방(?)하는 글이 떴다.

쿨은 단호히 말한다. "해체라니? 그기 무신,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냐?"

그룹 쿨(COOL). 최근 4집 앨범 `애상'을 발표.

`알잖아. 너를 이토록 사랑하며 기다린 나를. 뭐가 그리 바쁜지 너무 보기 힘들어. 너 도대체 뭐하고 다니니? 그게 아냐. 이유는 묻지마. 그냥 믿고 기다려 줄 순 없니? 내게도 사랑할 시간이 필요해. 널 받아들일 수 있게….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 게. 니곁에 항상 있게만 해줘. 제발！ 제발！'

`애상'은 4집의 타이틀곡. 124비트. 마이너스 댄스곡. 연인끼리의 그리움과 애교섞인 질투를 담았다.

쿨. 리더 김성수(26) 이재훈(23) 유리(22). 셋다 서울 태생. 이들의 노래는 편안하다. 까다롭지 않다. 팬층은 20, 30대가 주류.

이들은 그동안 무대에서만은 정장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 얼마전 캐주얼복으로 바꿨다. 최근 유리가 디자인한 우주복은 대히트.

정장차림의 쿨은 한때 `원로'(?)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우주복 차림이 되자 비로소 `신세대' 대접으로 복귀.

95년 여름. 서울 압구정동. 어느 레코드 가게앞. 스피커를 통해 재즈가 흘렀다. 마침 이곳을 지나치던 김성수와 이재훈. 쇼윈도 글라스에 웬 아가씨가 몸을 흔들고 있는 게 얼핏 스쳤다. 한참동안 둘은 뻥했다. 맵시있는 춤솜씨에….

이런저런 얘기끝에, 다시 만난 아가씨가 바로 유리.

"마침, 기존 쿨멤버 셋중 여자 싱어가 빠진 상태였다. 오디션을 거쳐 유리를 멤버에 합류시켰다." 김성수는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 온 느낌'이었다.

"오빠들이, 쇼윈도 유리를 통해 나를 첨 봤다고, `유리'라는 예명을 붙여줬다. 너무 맘에 들었다. 본명인 차현옥보다 백번 낫지, 뭐."

유리. 안국초등학교-덕성여중-풍문여고-백제예술전문대 방송연예과 졸. 1m67, 40㎏. 고교때 이미 친구들과 보컬그룹을 만들었을 정도.

쿨의 `슬퍼지려 하기전에'를 유독 좋아 했는데…. 운명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쿨멤버가 되다니. 맑고 깨끗한 음색이 특장.

김성수. 북가좌초등학교-한성중-광영고고 졸. 1m73, 67㎏. 서울 강남의 어느 나이트 클럽에서 5년간 DJ 역임. 랩의 도사. 특히 판소리와 랩을 조화시켜 `김성수식 랩'을 등장시켰다. 트로트에도 일가견이 있다. `찬 찬 찬'은 애창곡.

이재훈. 개포초등학교-대청중-광성고 졸. 1m72, 60㎏.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포근한 음성. 이정석의 `사랑하기에'를 대학가요제에서 불러 호평을 받았다.

밝고 여린 유리. 순하고 화낼 줄 모르는 성수. 쾌활하고 활동적이지만, 덤벙대는 재훈. 셋은 팀워크가 좋다. 서로의 눈만 봐도, 뭐가 뭔지 안다. 피붙이처럼.

94년. 김성수는 이재훈, 유치영과 함께 쿨을 구성. 제 1집 앨범 `너이 길 원했던 이유'를 냈다.

`삭발의 여가수'-유치영이 솔로로 전향, 멤버에서 빠진다.

유리가 땜질을 한 95년. 제2집 `슬퍼지려 하기전에'를 출반.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60만장이 팔렸다.

제3집 `운명'은 방송에 뜨면서, 이내 100만장이 팔렸다. 그리고 리메이크한 3.5집 `해변의 여인'도 빅히트.

쿨. 이들에게도 `잊고 싶은 날들'은 있다.

"1∼2집이 호평을 받았지만, 늘상 가요 인기순위에서 밀렸다. 정말 속상했다. `인기없는 가수'의 그 참담함이라니. 그런데, `운명'이 TV 3사에서 5주 내리 골든컵을 받았다. 97년 초반은 `운명'이 휩쓸었다."

유리. 옷가게를 내고 싶다. 아직은 어리지만 `아빠같이 포근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언젠가 내한공연때의 마이클 잭슨은 충격적이었다. 환상적인 무대연출, 그리고 무대매너 등….

성수. 고교때 영화 `디어 헌터'를 봤다. 영화에 빠졌다. 이후 영화란 영화는 거의 섭렵. 언젠가는 떠르르한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다. `청순가련 하면서도 섹시한 여자'가 이상형이라지만…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어디 흔한가.

재훈. 스포츠숍을 갖고 싶다. 스포츠광답게. 고교때, 기계 수리에 능해 집에선 전파상을 차려 주려 했단다. 잘 챙겨주는 엄마같은 여자 어디 없나?

[서병욱(부국장대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