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신은경(5)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파일럿' 이후 MBC `마지막 승부'와 `종합병원'에 출연하면서 나는 승승장구했다.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역을 맡아 역동적인 현대여성의 모습을 그리면서 나는 `X세대 전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몸에 이상이 느껴졌다.
위에 말한 세드라마를 하는 2년여 동안 정말 나는 하루도 쉬어 본 날이 없었다. `종합병원'에 자문을 해주던 의사 선생님은 "쉬는 길밖에 없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종합병원'의 나를 사랑해준 팬들에겐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드라마에서 빠지기로 결심했다.
약간의 휴식기간을 보냈을 즈음 MBC 미니시리즈 `여'의 출연섭외가 들어왔다. 매니저는 적극 출연을 권유했고, 나는 드라마 담당자를 만났다.
아직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여'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은 쌍둥이 역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연기자로서 1인 2역을 해본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었는데 촬영 직전 문제가 생겼다.
바로 전 미니시리즈였던 `거미'에서 이승연 언니가 1인 2역을 했기 때문에 연이어 1인 2역 드라마가 나오면 안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것.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촬영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를 촬영하면서 건강에 대한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 어떨 때엔 3일 동안 잠한숨 못자고 촬영할 때도 있었다.
당시 연기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무서운 경험을 했는데 얼굴이 완전히 흙빛이 돼 아무리 분을 칠해도 조명이 먹히지 않는 일이었다. 세수를 하고, 다시 메이크업을 하니까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여'를 끝내고 나는 며칠 동안의 휴식을 가진 후 `자반 고등어'란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나는 어머니역을 맡았던 김혜자 선생님께 의지를 하게 됐다.
김혜자 선생님과 각별하게 가까워진 계기가 있었다. 한번은 촬영장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나를 불러 "너 때문에 촬영진행이 미뤄졌으면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지"라며 조용하게 충고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사실은 내 잘못이 아니고, 스태프가 시간 연락을 잘못해 생긴 오해였다. 나는 변명을 하지않고, 김혜자 선생님께 "죄송합니다"란 말을 하고 나와 스태프를 불렀다.
나는 그에게 "대선배님들과 함께 출연해 조심스러운 일이 많은데 당신 때문에 오해까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 울음소리가 촬영장까지 들렸는 지 김혜자 선생님께서 뛰어오셨다. "그게 아니면 됐지 울기까지하면 나도 미안하잖니."
내가 몹시도 힘들어했던 방송생활 시절 김혜자 선생님과 작가였던 김정수 선생님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도움을 준 정신적인 버팀목이었다.
지난해 `창'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생애최고의 기쁨을 맛본 나는 요즘 방송복귀를 준비중이다.
나는 내달부터 SBS `좋은 세상 만들기'의 MC를 맡고, 4월에 방영될 드라마 `바람의 노래'를 촬영할 계획이다.
거의 2년만에 재개하는 방송활동이어서 방송국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나는 어느때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이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감당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말이다.[끝]
※다음호부터 MBC `남자셋 여자셋'과 `그대 그리고 나'에 출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송승헌의 청춘일기가 연재됩니다.
[안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