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신인길들이기' 폭소탄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4시 20분
★…"글쎄, 안 속아요, 안 속아."
현대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 `신인 길들이기'의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이른바 `Reporter's Call（언론사에서 걸려온 전화）'.
고참들이 기자를 사칭, 신인들을 골탕먹이는 새로운 `통과의례'다.
이미 수 차례 선배들의 먹이가 된 채종국, 이학균, 김수경 등 올 입단 선수들은 `전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
방법은 간단하다.
야간훈련을 마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침대에 누울 무렵, 신인들의 방에 전화벨이 울린다.
"○○신문, 아무개 기자입니다."
언론사 접촉 경험이 거의 없는 신출내기로서는 한국에서 직접 자기를 찾는 전화가 그저 신기할 따름.
갖은 성의를 다해 또박또박 대답한다.
해외 진출 선수들이 신문 지면을 대거 장식하는 요즘같은 추세에 자신의 기사가 실린다는 것이 뿌듯할 수 밖에.
"예, 지금같아선 올해 홈런 20개는 문제없구요, 3할도 가능할 것 같네요."
마침내 상대편 수화기에서 `폭소탄'이 터진다.
비로소 속았다는 것을 눈치챈 새내기는 귀밑까지 발개지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
다음날 선배들로부터 "자신감은 좋지만 `왕자병'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귀가 따갑게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신인 길들이기'의 최대 피해자는 진짜 기자들.
아무리 `진짜'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기자라는 증거를 대라는 등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아까운 국제전화비를 엉뚱한 곳에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