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스타드] 우리도 '인간'이고 싶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쉰들러 리스트'에 이은 또한번의 감동.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번에는 19세기 초 노예로 팔려간 아프리카 흑인들의 자유투쟁을 영화로 만들어냈다.
`아미스타드'(Amistad).
스페인어로 `우정'이란 뜻의 이 제명은 아프리카에서 납치해온 흑인들을 미국 남부의 노예시장으로 팔아넘기는 스페인노예선의 이름.
지난 85년 흥행귀재란 닉네임을 떨쳐버리기 위해 야심만만하게 흑인문제를 다룬 `칼라퍼플'이 시큰둥한 평가를 받았던 게 못내 아쉬웠을까.
`아미스타드'는 스필버그의 `휴머니즘 메시지'로 가득하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대서양 한복판을 항해하는 노예수송선 아미스타드호에서 선상반란이 일어나는 첫장면에서부터 심상찮은 드라마를 예고한다.
노예로 팔려가던 흑인들은 쇠사슬을 끊고 백인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항해를 위해 백인선원 2명만 살려둔 채.
하지만 이들은 백인선원의 농간으로 코네티컷 해안에서 미군함대에 체포되고 만다.
스필버그는 이때부터 살인죄로 기소된 흑인들을 변호하는 흑인해방운동가(모건 프리먼)와 변호사(매튜 매커너히), 전 대통령 존 퀸시 아담스(앤터니 홉킨스) 등을 통해 자유와 정의를 강변한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유태인 학살을 다큐멘터리 터치로 그려내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듯 `아미스타드'에서도 스필버그는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노예선에 끌려가다 병들었다는 이유로 쇠사슬에 묶여 바닷속에 버려지는 흑인들, 선상고문을 피해 아이를 안고 스스로 바다에 뛰어드는 여인 등이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아프리카 토착어를 자막없이 사용하다가 영화의 후반부, 흑인주인공(자이몬 혼수)이 법정공방전 중 서툰 영어발음으로 "기브 어스 프리"를 외치는 장면에서는 억눌렸던 감동이 폭발되기도 한다.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스필버그의 야심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영화다.(14일 명보 허리우드극장)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