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월드컵 경기장 어쩌자는 것인가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5시 40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준비작업이 또다시 혼선을 빚고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당선자의 월드컵 신축 경기장 재검토 지시발언이 전해지면서 '재검토'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 관련기관들이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3일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려운 IMF체제에서 수조원을 들여 10개의 경기장을 지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월드컵 후에도 관리비용이 막대하게 든다"며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같은 김당선자의 발언은 2002년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게 될 '상암동 주경기장 백지화'로 확대 해석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파장이 커지자 인수위 이종찬(李鍾贊) 위원장은 "김당선자가 지난 3일 인수위 보고과정에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면서 "경기장 건설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는 방안을 조만간 문체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위원장이 "'상암동에 건설 예정인 주경기장을 짓지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파문의 폭은 줄어들었지만 김당선자의 의중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2002월드컵조직위원회는 서울을 비롯한 10개 도시를 지난달 30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개최도시로 보고했고, 오는 5월까지는 개막전 장소와 경기일정 등을 통보해야 하는 일정을 남기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시점에서 주경기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다면 국가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국제스포츠계에서 한국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의 올림픽과 월드컵은 단순히 스포츠행사를 뛰어넘어 '지구촌 축제'이자 범세계적인 이벤트다.
FIFA는 지난해 12월초 한_일 월드컵의 전체수익규모를 적게는 3천200억원에서 많게는 3천950억원으로 추산했다.
물론 환율폭등 이전의 추산액이다
또 세계인구 80억명으로 추산되는 2002년에는 연인원 450억명이 월드컵축구를 시청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날 전망이다.
이같은 경제적인 효과를 들지 않더라도 2002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키로 한 것은 전세계에 대한 준엄한 약속이다.
국가부도 위기상황에서 이같은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세계적인 이벤트인 월드컵에 대한 접근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사려깊게 읽고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혼선을 막는 길일 것이다.
IMF체제를 통해 우리는 대외신인도에 대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국가적 신뢰는 규칙이 지배하는 스포츠에서도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최악의 경제난국을 맞고있는 우리로서는 경비를 최대한으로 절약하면서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이럴때일수록 정부와 인수위원회, 그리고 조직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분명한 입장을 시급히 정리하고 FIFA와의 사전교감 등을 통해 흔들림 없는 월드컵준비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
[부국장대우 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