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컴퓨터광 '정신분열증 조심하라'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컴퓨터광(狂)은 정신분열증을 조심하라.'
현대 과학문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오히려 정신을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람이 만든 폭탄이 사람을 죽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어쩌면 건강한 정신을 위해 `컴퓨터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연병길 교수의 도움말로 컴퓨터광의 실태와 원인, 해결방법을 알아본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남자 중학생이 부모에게 끌려 병원을 찾았다.
컴퓨터를 하느라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는 데다 아예 등교조차 하지 않으려고 해 부모들이 병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또 컴퓨터 통신망의 대화방에서 채팅을 즐기던 여대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화방의 남자들이 서로 짜고 자신을 성적으로 괴롭히려고 한다는 피해망상 때문이었다.
컴퓨터가 가정과 사무실에 널리 보급되면서 대화방에서 밤을 새워 채팅을 하느라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하며, 게임과 컴퓨터 음란물에 빠져드는 청소년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자연히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학업성적도 떨어진다.
때리고 부수는 게임에 빠져들수록 폭력적으로 변하며, 음란물에 빠져들면 올바른 성에 대한 주체성이 형성되지 못해 이성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같은 문제는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일을 제쳐놓고 컴퓨터에 빠지는 직장인도 문제를 일으킨다.
회사조직에서 소외되며 가정불화가 생기며, 부부생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떨어져 발기부전이나 불감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성도착증으로 발전한다.
현대인들이 컴퓨터에 몰입하는 것은 경쟁적이고 복잡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즉흥적이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가상현실로 도피하고 싶은 무의식 때문이다.
채팅의 경우 대화를 하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대화방에서 퇴장하거나 상대를 바꿀 수 있고, 폭언도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상현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차츰 단절된 생활에 익숙해지며,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과의 만남과 대화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돼 결국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정신분열증적 성격으로 발전한다.
컴퓨터에 빠져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심리적 환경을 잘 살펴보고, 따뜻한 대화를 통해 심리적 갈등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입시에 대한 지나친 부담이나 학교생활 부적응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나무라지만 말고 청소년의 입장에서 고민과 부담감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