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IMF한파로 바뀐 신혼여행 풍속도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필자, 에로_는 한강이 보이고 그 곁에 88도로가 있는 김포 가는 쪽 강서구 가양동에서 한 개의 소켓(아내), 두 개의 파편(아이들)과 숨을 쉬고(살고) 있다.
뭐 검소(?)하게 1처만 유지하고, 국가시책에 호응해 아들딸 구분없이 둘만 낳아 잘 기르고 있다는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낮이면 온 가족이 창쪽에 목을 빼 밀고 김포 가는 쪽 길을 씽씽 달리는 특별한 자동차를 구경하는 재미로 지냈다.
서울의 김포엔 무엇이 있게?
그렇다. 김포엔 비행기 정류장이 있어서 하와이나 괌, 스위스, 파리… 그 어느 나라나 갈 수 있지 않은가.
우리 가족이 구경하는 것은 깡통이나 오색테이프, 흰장갑을 와이퍼에 끼운 고급 자동차들이었다.
거기엔 Just married한 신랑신부가 타고 있는데 달러가 필요한 지역으로 비행기 타고 신혼여행 가는 길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이런 자동차들이 많이 줄어들고…. 아아니, 거의 안 보이는 것이다.
IMF는 우리의 신혼여행 모습도 바꿔버렸다.
지금은 잘해야 제주도로 가거나 본인들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설악산 등지에 가거나 또는 급한(뭐가?) 쌍들은 예식장에서 바로 나와 근처의 장급 여관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지.
하긴 언젠가는 걷어내야 할 거품이 IMF 때문에 자동으로 걷혔다고나 할까.
자동차로 국내 신혼여행을 간 알뜰파 신혼부부 한쌍의 그림.
낡은 자동차가 몇시간을 잘 달리더니 초저녁 무렵 낯선 곳 어디에서 덜컹 하고 멈춰 버린 것이다.
신랑 "이거 곤란하네…. 미안해！ 멋진 곳으로 비행길 타고 갔거나, 국내라도 최소한 좋은 자동차로 왔어야 하는 건데…."
신부 "가까운 모텔에서 묵어요. 좀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요. 언젠가 처럼 아침에 나오면 자연 고쳐지지 않을까요?"
그러자 신랑이 고개를 흔들며,
"그 건 결혼전 이야기지. 이번엔 진짜 고장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