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진순진 단숨에 스타예약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월드컵축구 대표팀이 98킹스컵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20일 태국으로 떠났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덴마크 이집트 태국 등 4개국 대표팀이 참가하는데, 차범근 감독은 간접적으로나마 오는 6월 개막되는 98프랑스 월드컵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표 선수들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울산에서 12일간의 지옥훈련을 가진 탓인지 완전히 파김치가 된 채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럼 먼저 대표 선수들의 울산 훈련 뒷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울산 서부구장에서 12일간 실시됐던 월드컵 축구팀의 첫 합숙 훈련이 지난 17일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벌어진 이랜드 및 중앙대와의 연습경기를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지옥훈련'이라고 불린 이번 합숙 훈련에선 갖가지 해프닝이 연출돼 시종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강도가 높았던 이번 훈련에서는 아마도 대학이나 실업 무대에서 뛰다 이번에 월드컵팀에 합류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가장 많은 고생을 했을 겁니다.
이들은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 7일 새벽 훈련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 낙오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옥훈련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일부는 러닝 훈련 도중에 한쪽 구석에서 구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부상자도 속출해 많을 때는 26명 중 무려 10명이 환자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런 강훈으로 부상자가 속출한 데는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들의 과잉 의욕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성한수 장대일 박병주 양현정 등 부상 선수들은 한시라도 빨리 차감독의 눈에 들어야한다는 조바심 탓인지 부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프지 않다'며 정상 훈련을 고집하다 부상이 재발해 차감독으로부터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번 합숙 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진순진（23．할렐루야）의 스타 탄생이 아닐까 합니다.
할렐루야 조병득 감독의 추천으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진순진은 지난 9일 영남대와의 첫 경기부터 차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은 후 매경기 박진감 넘치는 골묘기를 선보이며 일약 최용수의 투톱 파트너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진순진은 단국대（14일） 및 이랜드（17일）전에서 연속 2골씩을 터뜨린 것을 비롯, 총 5경기서 6골 4도움을 뽑아내 최용수（4골）를 제치고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습니다.
경기 때마다 진순진의 대활약에 `굿'을 연발하던 차감독은 "이름앞에 진（眞）자를 하나 더 붙여줘야겠다"며 `대어'를 낚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진순진과 같은 무명들이 일약 주전 자리를 예약하는 바람에 내로라하는 `해외파' 상비군 대표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차감독이 진작부터 "앞으로 월드컵 축구팀은 철저히 실력 위주로 구성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터에 울산 훈련 캠프서 무명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자신들의 입지 약화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인지 해외에서 활약 중인 상비군들은 요즘 차범근 감독에게 자주 `안부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답니다.
실제로 차감독은 최근 7명의 해외파 상비군 가운데 많아야 2∼3명만을 본선 엔트리에 포함시킬 뜻을 밝혀 해외파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대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훈련을 한 만큼 킹스컵대회에서 선전이 기대됩니다.
◇…축구협회는 20일 월드컵축구 대표팀을 태국으로 보내면서 `IMF 한파'를 다시 한번 원망해야 했습니다.
축구협회는 올해 달러의 원화 환율을 1천200원대로 예상하고 각종 국제 관련 사업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환율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해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킹스컵 국제대회의 참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9일 1천600원대에 달러를 매입했다는 협회 관계자는 "오는 6월까지 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데 고환율 때문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프로축구연맹도 `IMF 한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프로축구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98년 추가 신인 드래프트에는 10개구단 중 무려 6개구단이 참여를 포기해 어려운 경제 현실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드래프트에 참여한 대우와 삼성 전남 SK 등 4개 구단도 각각 1명씩 뽑는데 그쳐 9명의 추가 드래프트 신청자 중 5명은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구단들의 긴축으로 앞으로 프로축구 선수들도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하더군요.
[정리＝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