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 흡연장면 너무 많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스크린 속 흡연은 늘 멋지다.
`원초적 본능'은 담배를 꼬나문 샤론 스톤의 뇌쇄적 포즈로 뜬 영화다. 레오나드 디카프리오는 고뇌하는 현대판 로미오를 줄담배로 표현했고 줄리아 로버츠 역시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서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며 발랄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더이상 영화 속 흡연이 무한정 허용될 것 같진 않다. 미주간지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최근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흡연을 조장하는 화면을 삼갈 것을 부탁했다는 것. 지난 91년에서 96년 사이 영화를 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담배 연기로 뒤덮여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영화제작자들은 흡연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이끌어내는 효과가 만만치 않다며 난감한 입장이다. 감독이 배우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게끔 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담배는 확실한 섹스 심벌이다. `위험한 정사'에서 글렌 클로즈가 뿜어대는 담배 연기 아래 누워있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모습은 이전 상황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신경안정제로 종종 쓰인다. 알 파치노는 `대부'에서 라이벌이 보낸 살인자를 죽인후 떨고 있는 엔조를 위해 담뱃불을 붙여준다.
게다가 완전한 성인으로 컸다는 걸 암시하기엔 담배만한 도구가 없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데도 물론이다. 범죄의 전조로도 효과적이다. 악녀를 더욱 나쁘게 묘사하는 데도 이것만한 게 없다. 샤론 스톤은 `원초적 본능' 뿐 아니라 `디아볼릭'과 `카지노'에서도 끽연으로 나쁜 성정을 강조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