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부여객과장] 'IMF시대 철도청 최고 효자 됐죠'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새해 해돋이 관광지로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정동진이었다. 몇해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으로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이 찾기시작했지만 정작 해돋이를 보기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러던 이곳이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국내 최고의 해돋이 관광 명소로 떠오르게 됐다.
철도청 오광부여객과장(53). 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오과장의 기획에 따라 작년 2월27일 첫 운행을 했던 정동진 관광열차는 97년 한햇동안 모두 14만6천명이 이용, 16억5천만원의 수입을 철도청에 안겨줬다.
철도청이 작년 한해 운행한 각종 관광열차 수익 30억5천만원의 55%에 달한다.
아이디어는 아주 사소한 데서 나왔다. `모래시계'방영후 정동진역을 찾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났고, 친구와 다녀온 아들이 "장소는 좋은데 교통이 불편하다"고 불평을 털어놓은 것이 계기였다.
"순간 관광열차를 운행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서울∼강릉 정기열차들의 좌석이 남아도는 실정이어서 반대가 만만찮았다. 그러나 "딱 한번만 해보자"며 밀어붙였다.
뜻밖에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6개 객차 490석이 순식간에 팔려 3량(150석)을 더 늘렸다.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작년 가을부터는 아예 매주 토요일에 출발하는 정기 관광열차로 바꿨다.
오과장의 튀는 아이디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나물, 마늘쫑, 젓갈열차 등 지역의 특산물을 연계한 관광열차를 잇따라 만들어냈다. 역시 매번 만원을 이뤘다.
지난 연말에는 정동진 등 전국 6곳의 해돋이 명소를 찾아가는 관광열차를 운행, 1억3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오과장의 관광열차는 IMF한파속에서도 철도청에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었고, 정부는 작년 연말 홍조근정 훈장으로 공로를 인정해 주었다.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엔 더욱 다양한 상품을 개발, 저렴한 비용으로 관광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철도고 전신인 교통고와 중앙대를 졸업한뒤 69년 철도와 인연을 맺은 오과장은 아버지 오대환씨(79)의 뒤를 이은 2대 철도가족.
그래서 철도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그는 벌써 올 한햇동안 운행할 각종 관광열차 계획표를 모두 짜 놓았을 정도로 신바람나게 일하고 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