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16)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3시 56분


"묘한 배합을 했습니다."

사천택이 온얼굴을 주름 투성이로 만들며 웃었다.

그는 번성이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분지의 본진에 앉아 총사령 바얀을 바라보았다.

"카라차르와 윤의충은 연적관계이니 상호 견제가 심할 것인데다 고려군의 수장 이도명은 고려에서는 윤의충의 상관이었소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정지의 군세는 기병만 5만이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아군이 패하오."

그렇게 말을 했지만 호피 의자에 기대앉은 바얀도 따라 웃었다.

"폐하께서는 짓궂으시오. 카라차르와 윤의충, 고려군을 섞어 보내라고 하시다니."

"폐하의 전법입니다."

목소리를 낮춘 사천택이 아직도 생기있는 눈으로 바얀을 바라보았다.

70대 노인인 그는 바얀보다 쿠빌라이를 모신 세월이 길다.

"카라차르는 감숙행성에서 인망이 높지요. 황족 중에서 카라차르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나는 황족에게는 관심이 없소. 가까울수록 뒤가 좋지 못해서."

"카라차르는 하이도와도 나쁜 사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고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고타이 가계의 하이도는 지금도 북방에서 쿠빌라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바얀이 말머리를 돌렸다.

"윤의충의 진에 남송의 밀사가 왔었다고 들었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남송측은 적극적이구려."

"에르케는 윤의충이 배반하지 않을것이라고 장담 했습니다. 밀사가 오자 장막 뒤로 자신을 불러 말을 듣게 하였답니다."

"어떻게든 윤의충의 전력을 약화시키려 할테니까. 아마 소문을 퍼뜨릴 것이오. 여진군을 이끈 윤의충이 배반한다고."

"윤의충은 사면초가가 되겠군요."

쓴웃음을 지은 사천택이 말을 이었다.

"그것을 다시 이용할수도 있습니다."

그 무렵에 윤의충은 군사를 이끌고 한수를 건너고 있었다. 기병 2만에 보군 4만이면 대군(大軍)이다.

카라차르의 군세는 우측 30리 지점에서 한수를 건널 예정이었고 치중대는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구광이 말을 달려 강가에 말을 세우고 서있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대도독, 선봉이 인사 드리려고 왔소이다."

그는 기병 3천을 이끈 선봉대장이었고 이제 원제국의 정남군 소속 장군의 직첩을 받았다.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길을 트되 접전은 삼가도록."

"알고 있소이다."

주위에 막장들이 몰려 있었으므로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몽골어였다. 구광도 익숙지는 않지만 몽골어를 익혀가는 중이다.

"그럼 궁곡에서 뵙겠소."

구광이 말에 박차를 넣어 강쪽으로 달려갔다. 부도독 에르케가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그는 30대 후반의 몽골인으로 바얀과 함께 서역에서 돌아온 사내였다.

"대도독, 선봉의 기개가 장하오. 남송군과 첫 싸움에서 용명을 떨친다면 전군의 사기가 올라갈 것이오."

구광이 원제국의 요양행성병마절도사 유루칸의 목을 벤 사내라는 것을 그가 모를리 없다.

하늘을 올려다본 윤의충이 좌우의 막장들에게 지시했다.

"강을 건넌다."

영이 떨어지자 깃발이 흔들렸고 북이 울렸다. 이제 남송의 영토로 진입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