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4코너 고지대를 밟아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4코너 고지대를 밟아라'.
과천경마장 기수들 사이에 마지막 코너 경주로의 가장 높은 부분인 능선 밟기 싸움이 치열하다.
마사회는 경주마들이 각 코너를 돌 때 바깥쪽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경주로 모래를 안쪽은 낮게, 바깥쪽은 높게 쌓아두고 있다.
이중 경주마가 마지막 코너의 바깥쪽 고지대를 밟을 경우 갑자기 탄력을 받아 결승 직선주로에서 최고 3∼4@ 이상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수들 사이에 이 곳을 밟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마지막 코너에서 이어지는 결승주로가 오르막 길인데다 전력질주를 하는 곳이라는 점 때문에 모래능선의 높낮이도 1∼3코너의 2배 이상인 60∼80㎝나 된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모래가 단단해져 말굽이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 곳을 밟는 경주마는 다른 말과는 달리 스프링처럼 튀어나갈 수 있다.
기수들 사이에 4코너 고지대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올겨울 부터.
전통적으로 인코너 자리싸움에만 관심을 보였던 기수들이 비인기마가 이 지점을 밟은 뒤 입상하는 일이 늘어나자 바깥주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특히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는 요즘에는 능선이 딱딱하게 얼어 있어 결승주로를 향한 도약대 구실을 하기 때문에 추입마의 경우 일부러 이 지점을 밟기 위한 특별훈련을 받기도 한다.
4코너 능선을 밟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는 기수는 오명섭과 박태종.
오기수는 지난주 일요경마 제2경주에서 평소 부진했던 `더블어라운드'를 타고 출전했으나 4코너 능선을 밟은 덕에 우승, 단승식 245.1배, 복승식 246.4배라는 초고액 배당을 터뜨렸다.
박기수는 토요경마 제5경주에서 `금파'에 올라 이 지점을 밟고 역전승을 거둔데 이어 제10경주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솔리스트'를 타고 준우승을 따냈다.
이밖에 지난주에 이 지점을 밟고 입상한 경주마는 `용두레' `시더루' `에이프릴미스트리' 등으로 이들은 한결같이 마지막 코너에서 바깥쪽 주로를 선택, 스프링 같은 탄력을 얻었다.
그러나 4코너 고지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고지대에서 바깥쪽으로 50㎝정도만 빗겨나도 갑자기 모래높이가 뚝 떨어져 잘못 밟았다가는 탄력을 얻기는 커녕 완전히 순위밖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것.
김효섭 기수는 "올겨울 부터 기수들 사이에 4코너 능선을 사실상의 결승점이라고 보고 이 지점을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러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완전히 경주를 망칠 수 있어 추입형 경주마에만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