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유영길 촬영감독 별세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한국 리얼리즘 영상미학의 대부로 일컬어져온 유영길 촬영감독이 16일 오전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63세. 고 유감독은 지난 10일 뇌출혈로 쓰러져 을지로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은 부인 김명자씨（59）와 딸 유혜원씨（28）.
고 유감독은 68년 유현목 감독의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후 하길종 배창호 정지영 장선우 박광수 이명세 이창동 감독 등과 함께 `화분' `기쁜 우리 젊은 날' `하얀전쟁'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초록물고기' 등 문제작들의 촬영을 해왔으며, 오는 24일 깔끔한 멜로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특히 고 유감독은 신인감독과의 작업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칠수와 만수'（박광수） `성공시대'（장선우）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김유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명세） 등을 만들어냈다. 유작이 된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고 유감독의 영상세계는 사실적이고 중후한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와 감각적이고 단아한 형식주의 계열의 영화로 나뉘어져 있는데, 청룡영화상은 물론 대종상과 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수많은 영화상에서 촬영상을 휩쓸어왔다.
그런가하면 지난 75년부터 92년까지는 미국 CBS서울지국 뉴스다큐영상의 카메라 기자로 있으면서 80년 광주항쟁을 직접 취재, 당시 상황을 각국에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종합예술학교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지도하는데 열성을 다해왔다.
서울 쌍문동 한일병원에 빈소가 마련됐으며, 장례는 18일 촬영감독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