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엔돌핀'찾아라 코믹물 전성시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엔돌핀을 찾아라."
`엔돌핀'이 IMF（국제통화기금）시대 최고의 구세주로 부상하고 있다.
엔돌핀은 신체활성화물질로 웃을 때 분비되는 게 특징.
이에 따라 많이 웃게 돼 엔돌핀분비가 촉진되는 코믹영화가 각광을 받는 등 `코믹물전성시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팀 로빈스 주연의 `낫싱 투 루즈'나 덩크슛을 구사하는 개의 이야기를 다룬 `에어 버드', 어리석은 형제와 쥐의 텃세다툼을 그린 `마우스 헌트',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등 코믹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국산 영화로는 박중훈과 김지호 주연의 `인연'이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서울극장을 비롯한 전국의 개봉극장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오진영씨（28．회사원）는 "코믹영화를 보면 엔돌핀이 분비돼 회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려 한결 가뿐해진다"며 "감원이다 감봉이다 직장 분위기가 살벌한 마당에 한시나마 엔돌핀을 맛보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6천원짜리 스트레스 해소방이랄 수 있는 극장"이라고 말했다.
직장동료들 가운데는 퇴근시간에 소주잔이나 맥주잔을 기울이기보다는 극장을 찾아 실컷 웃으며 피로를 푸는 게 유행하면서 `엔돌핀파티'라는 유행어까지 낳고 있다는 게 오씨의 얘기.
이런 코믹영화에 대한 인기는 극장뿐만 아니라 주택가 비디오숍에도 몰아쳐 `에이스 벤추라', `마스크', `투캅스' 등 이제는 한물 갔다고 할 수 있는 코믹물까지 인기대여프로에 오르고 있다.
DJ를 빗댄 `한다면 한다'나 `돌아온 최불암' 등 유머집도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만화방 역시 코믹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는 마찬가지.
미팅알선업체인 `오－네트'의 경우 단체미팅을 할 때 아예 엔돌핀타임이라는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웃기는 이야기나 제스처 하나씩을 하게 한 뒤 가장 인기있는 남녀 1명씩을 `엔돌핀커플'로 뽑은 뒤 그날의 행사진행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
이영미양（20．C대 2년）은 "IMF한파에 따라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드는 등 우울하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며 "요즘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나 미팅에 나갔을 때 잘 웃기는 사람이 엔돌핀맨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