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누굴위한 배려인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2일 15시 16분
내가 이미 가 본 곳을 열심히 얘기하는 사람의 말이라도 귀담아 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이웃'이요 `친구'라 했다.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때 웃지 않는 대신 내가 겪은 훨씬 더 비참했던 경험을 말해 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 했다.
남의 무안을 감싸주는 배려는 아름다운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백성들의 심성은 너무 고왔다.
심지어 도둑들까지 배려해 줬으니 말이다.
원두막을 지키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이었는데 그들이 도둑을 직접 잡자는 것은 아니었다. 서리꾼들이 침입하는 흔적이 있으면 노인 경비원들은 헛기침이나 한 번 하고 점잖게 말했다.
`어흠！ 익지 않은 것은 건드리지 말어잉∼！'
이런 배려 야그.
`그 사람'의 부모에게 첫인사 드리는 자리에서는 실수가 잦은 법.
청년이 결혼 얘기가 오가는 애인의 집에 첫초대를 받아 갔다.
이발+목욕 등으로 때 빼고 광 낸 건 두말할 필요가 없고.
그는 너무 긴장을 했는지 속이 좋질 않았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가서 그녀의 집 식탁에 앉게 됐다.
이 순간보다 잘 보여야 할 자리가 또 있을까！ 그러나 지나친 몸사림이 실수를 가져 왔으니 식탁에 앉아 수인사가 끝나고 수저를 들려는 찰나 버들피리 소리가 나고 말았다.
너무나 무안한 청년, 얼굴이 벌개지자 여자의 아버지가 나직이 말했다.
마침 청년의 식탁 아래 자리 옆에 있는 강아지를 보더니 "해피야, 저리 가라"하는 거였다.
청년은 여자 아버지의 배려에 너무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장인을 모시게 됐어…'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또 실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의자의 가죽커버가 찢어지는 듯한 강한 소리였다.
이번에도 여자의 아버지는 강아지 쪽만 보더니 말했다.
"해피야, 저리 가라니까！"
청년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감동과 실수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인지 이번에는 (여기에 그 소리를 차마 옮길 수 없을 만큼)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이번에도 여자의 아버지는 역시 개를 보며 외친다.
"해피야, 빨리 피해라！ 거기 있다가는 ddong 덮어 쓰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