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카사노바 택시기사 - (중)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5시 01분
경찰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 한여자를 농락하던 `카사노바 택시기사' 박성호（가명·29）를 체포하기까지는 꼬박 11개월이 걸렸다.
경찰이 그의 죄상을 알게 된 것은 96년 6월 피해여성 2명이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에 찾아오면서였다. 미용사（26）와 경리사원（29）이라는 여자 2명이 함께 와 "몸과 돈을 뺏아간 박성호를 찾아달라"고 애원했던 것.
경리사원이라는 여자가 종적을 감춘 박성호를 찾아나선 과정에서 우연히 부인인 미용사를 만나 함께 오게 됐다고 했다.
몸을 뺏긴 것도 억울하지만 1억원에 달하는 돈만큼은 어떻게든 되찾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박성호를 택시 안에서 처음 만났다. 구체적인 연애 과정은 달랐지만 첫 만남이나 피해과정은 비슷했다.
"손님 인상이 참 좋아보이십니다. 무슨 일 하세요? 저는 본업이 택시기사는 아닙니다. 친구 대신 며칠동안 운전해주는 거예요."
그러다 갑자기 목소리를 깔며 비밀을 하나 털어놓는다.
"아가씨에게는 왠지 저를 숨기고 싶지 않군요"라며 본업은 모 인기그룹의 매니저겸 유명폭력조직 부두목이라고 속삭이듯 말했다는 것.
한때 연예계와 폭력계에 몸담으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각색, 구수하게 늘어놓으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속게 마련.
전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박성호는 여자라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큼 귀엽고 순수한 외모에 입담이 좋고 유머 감각도 풍부해 여자들은 깔깔 웃어대다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간다는 것.
목적지에 도착한 박성호는 수줍은듯 여자에게 연락처를 요구한뒤 다음날부터 감동적인 구애작전을 펼친다.
수시로 전화해 보고 싶다고 속삭이는가 하면 꽃을 한아름 보내고 퇴근시간에는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직장 근처로 찾아와 고급음식을 대접한뒤 집까지 바래다준다.
돈은 이전에 농락했던 여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
한 여자에게서 빼낸 돈으로 다음 여자를 유혹하는데 쓰는 것이다. 이미 섭렵한 여자에게 어머니나 누나 생일 선물로 갖다 드리겠다며 꽃바구니를 사게 한뒤 이를 새 여자에게 선물하는 식이다.
승용차도 여자들의 카드로 대출받아 장만한 것. 제일 처음 샀던 쏘나타Ⅲ는 아버지에게 선물한뒤 포텐샤를 구입했다 세이블로 바꿔 몰고 다니다 노상에 버리고 다시 신형 세이블을 사서 몰고 다녔다.
"나도 이런 사랑을 다 해보는구나！"
조수석에 사뿐히 앉은 여자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마냥 행복감에 빠져든다.
이쯤되면 박성호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