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나] 착각으로 자일절단 가능성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지난 19일 MBC TV `산' 촬영중 추락사고를 당한 홍리나는 암벽위에서 몸을 지탱하고 있던 자일을 스스로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북한산 인수봉에서 촬영을 돕기 위해 홍리나와 행동을 함께 했던 암벽등반전문가인 정순권씨（38）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촬영 당시 홍리나는 인수봉（해발 850m）의 동쪽사면（전체 암벽길이 300m） 중간하단부인 60m 지점에 있었고, 함께 연기를 한 탤런트 최종환은 그곳에서 10m위에, 정운현 PD와 정순권씨, 카메라맨은 20m 위쪽에 각각 위치했다.
내용은 홍리나가 극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에서 실종된 남편 우태（김상중）에 대해 최종환과 얘기하면서 칼로 자일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
홍리나가 자일을 끊어 추락하는 순간 최종환이 급강하해 붙잡는다는 설정이다. 물론 이 장면은 흉내만 내고 리얼한 부분은 기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암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홍리나가 `왜 자신의 생명줄을 잘랐느냐'는 점이다.
홍리나는 스태프진의 요구대로 처음엔 칼등으로 자일을 잘랐으며 이 부분은 수차 리허설도 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차례 커트가 반복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칼날이 자일쪽으로 향했고 당연히 잘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홍리나는 연습때처럼 5∼6차례 힘주어 자르고 말았다.
실제로 사고당시 홍리나가 사용했던 자일을 실험해본 결과 칼날로 최소 5회 이상 반복해야 잘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일론 재질의 이 자일（직경 8㎜）은 1.2∼2.4t의 무게를 견디는 강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모든 사고가능성에 대한 제작진의 준비 부족,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 해이해진 안전 불감증, 치료나 보험 등 사후대책에 심각한 문제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