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용병수입 반대론'의 속셈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44분
외국 선수 수입 문제의 진행 상황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미 KBO 이사회와 총회의 심의가 끝난 사안을 놓고 8개 구단은 아직도 의견조율이 안되고 있다.
최근 사장의 엄명（?）을 받은 일부 구단 단장들은 `용병 수입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건의서를 KBO에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3일 단장회의에서는 외국 선수 수입 백지화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물론 25일 용병관련 문제를 주안건으로 다룰 KBO의 제2차 이사회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KBO가 지난 2월 미국 CSMG사와 외국 선수 고용관련 컨설팅 계약을 했고 고용기획단마저 현지 답사를 다녀온 시점에서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반대하는 구단의 명분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외국 선수 수입은 국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고 국내 선수들을 위축시킨다는 것이지만 숨은 뜻은 다르다.
다른구단이야 어찌되건 자신들만 대대손손 태평성대를 누리겠다는 이기심 때문에 갖은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가대표의 8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LG, OB가 선뜻 외국 선수 수입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현행 제도만 고수하면 앞으로 상위권을 지키는 것은 땅짚고 헤엄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수입에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국내 선수와의 자연스런 경쟁으로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한단계 높아질 것이고 최근 몇년새 폭등한 신인들의 몸값 거품을 뺄 수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우수선수의 수급 한계로 질적으로 많이 후퇴한 게 사실이다.
지금이야 말로 공존공생을 모색할 때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