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발기부전시 혼자고민말고 병원 찾아야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4시 17분
오랜만에 국민학교 동창회에 나갔다가 같은 남자로서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동창회나 그렇듯이 1차 모임이 끝나고 뿔뿔이 흩어져 자연스럽게 2차로 이어졌다.
친구 C의 고민을 들은 것은 2차로 간 맥주집이었다.
평소 고혈압이 있는 C는 발기부전으로 부인과의 사이가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비뇨기과 원장인 친구를 만난 데다 창피함을 덮을 만큼 술이 취해 나온 이야기였다.
C는 녹용을 비롯한 온갖 혐오식품을 먹으며 정력을 키우기에 노력했으나 먹을 때는 효과가 조금 있는 듯한 기분이 들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힘이 빠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하고 가볍게 넘겼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위축되어 갔다.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속모르는 아내가 어쩌다 섹시한 무드라도 잡으면 어쩔 수 없이 시도는 해보지만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생겨 더더욱 실패하는 날이 잦아졌다.
C는 할 수 없이 아내를 피하기로 했다.
퇴근 뒤 부하직원이나 동료들을 붙잡아 술자리를 억지로 만드는가 하면 부하직원에게 시켜도 될 일을 떠맡아 야근을 하기도 하고 지방출장도 자청했다.
그러나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언제까지나 아내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분위기 깨기'였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섹시한 분위기를 잡지 못하도록 조그만 트집이라도 잡아 신경질을 부리거나 아내에게 시비를 걸어 냉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치사하다는 자책감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가정은 깨지기 직전이 됐다.
C의 고백을 들은 나는 친구가 의사인데 어떻게 그 지경까지 만들었느냐고 꾸짖은 뒤 다음날 병원으로 나오라고 타일렀다.
검사 결과 C는 혈관장애로 인한 발기부전과 혈압강하제를 장기투여한 후유증으로 판명됐다.
우선 성기능 장애에 영향이 적은 혈압강하제로 바꾸도록 하고 약물요법을 처방했다.
고혈압 말고는 건강 체질인 C는 곧 성기능을 회복했다.
몇달 뒤 있은 가족동반 야유회 때 C의 가족은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