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불타는 포항 (3)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4시 17분
4월 6일 아침.
`비젼 21' 편집부에 비상이 떨어졌다.
허원행이 직접 나서서 이렇게 편집부를 독려하는 것도 근래 보기드문 일이었다.
정치부장과 기자들이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둘러 앉았고, 중앙에 허원행 발행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일 박회장이 돌아온다. 박회장에 대한 기사 준비하고, 이종민 기자！"
"네."
"내일 공항에 나가 취재해."
"예? 이기자를…."
국장이 깜짝 놀라 허원행을 바라보았다.
"아직 신입사원인데…."
"그건 문제가 아냐. 사진기자 딸려서 보내. 그리고 박회장 외에 YS에게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았던 정치인들 한꺼번에 묶어서 특집으로 만들어. 박회장, 김종필 총재, 이종찬 국민회의 부총재, 박철언 부총재, 이건개 의원 등등… 돌아온 총잡이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기자,…이건 공식적인 인사야. 오늘부터 차장（次長）이야. 정치부."
이미 이기자에 대한 신뢰가 쌓일만큼 쌓인 허원행이다.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이만한 인재를 놓쳐서는 절대 안될 것 같다.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은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는 인사（人事）에 놀라는 표정이지만 감히 허소장에게 반발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세로 알려졌던 `장혜정'에게서 실세의 무게가 갑자기 `이기자'에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아하, 이기자는 허소장님이 뒤에서 들이민 카드였구나'.
`도대체 무슨 관계지?'
`혹시 친척 아닌가?'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었구나. 입사할 때부터 눈치가 다르더니'.
허원행의 인사스타일이 아니다. 꽤나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바뀌었다.
허원행 자신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한국식 스타일의 인사였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간부들의 사고방식도 한국전 관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허원행은 회사 기밀비에서 300만원을 뽑아 이종민에게 특별 취재비로 지급한 바 있다.
편집부가 특집을 준비하고 이종민이 취재준비를 하는 이날, 사내에는 하루종일 의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종민과 허소장님, 도대체 무슨 관계야.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날 저녁. 경리과장은 한 식당에서 장혜정과 무엇인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윤과장 그게 사실이야?"
"네. 300만원을 빼내 이종민에게 주었습니다. 특별 취재비 명목으로요."
"두사람 특별한 관계아냐?"
"글쎄. 오늘 아침 미팅에서 내일 박회장 귀국취재를 이종민에게 주었어요. 갑자기 차장으로 발령냈구요."
"흠－, 또 다른 정보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