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기내폭력 위험수위
기사입력 1997년 06월 15일 14시 42분
여객기 기내 폭력이 위험수위에 달해 항공사들이 속속 대책마련에 나서는등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일본항공(JAL)은 승무원 폭행, 만취난동, 여승무원 추행 등 기내 폭력이 빈발하자 문제 승객을 끈으로 묶거나 기내 주류 서비스를 없애고 술에 취한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본항공에 따르면 기내에서의 승객에 의한 폭력행위가 여승무원에 대한 성추행을 제외하고도 지난 1년간 40건이 발생, 그 전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다른 나라 항공사들도 기내 폭력에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6월에 싱가포르를 떠나 런던으로 가던 호주 콴타스항공의 남자 승무원이 술에 취한 승객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병원신세를 졌으며, 금연을 요구하는 여승무원에게 승객이 `죽여버리겠다'며 난동을 부려 크게 기사화되기도 했다.
호주 콴타스항공의 경우 지난해 20건의 기내 폭력이 발생, 전년보다 2배이상 늘었으며, 홍콩의 캐세이패시픽항공은 95년 168건에 이어 작년에는 251건이 발생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도 94년 300여건에서 95년에는 900여건으로 급증하는 등 기내 폭력은 전세계 항공사의 `골치거리'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항공사가 회사 이미지 때문에 폭력발생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얼마전 모 항공사가 기내폭력 승객을 공항경찰대에 넘기는 등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이같은 기내폭력 증가 원인을 기내 주류 서비스와 금연에서 찾고 있다.
많은 항공사들이 금연을 실시하자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골초'들이 폭음을 해 난동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
만취승객의 폭력은 처음 만류하는 여승무원에 대한 성희롱에 이어 폭언을 퍼붓고 제지하는 남자 승무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순서를 밟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대책마련 특별위원회까지 두고 `묘책'을 세우고 있는 일본항공은 국제선에도 주류 서비스를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캐세이패시픽은 승객들의 폭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지침서를 마련, 승무원들에게 배포하고 지상과 기내및 해외지사 근무요원들에게 폭력 대처용 교육비디오까지 만들어 예방교육을 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아직도 기내폭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기내 근무 남자승무원 수가 줄어드는 대신 여승무원 수가 늘어나고, 청원경찰 자격증을 여승무원에게도 주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기내 폭력도 웬만하면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내 폭력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므로 하루빨리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