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이젠 제 목소리 나와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15일 14시 35분
"물론 목소리도 자신 있죠."
김정아에게 요즘 가장 기쁜 일은 MBC TV 가족극장 `간이역'에서 목소리도 나온다는 점. 농아 처녀 선희역이라 그동안 미소와 수화만으로 연기하다 이제는 내레이션이지만 목소리가 계속 들어간다.
주겠다는 더 큰 역을 마다하고 굳이 선희역을 하겠다고 우긴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데뷔한 뒤로 줄곧 발랄하고 씩씩한 역만 했어요. 한번쯤 이미지를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선희 이야기를 보는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1주일에 3번씩 받는 수화 교육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수화엔 표준식과 농아식이 있는데 굳이 말하자면 문어체와 구어체의 관계. 그중에도 김정아가 쓰는 것은 농아식인데 그 이유가 참 예쁘다.
"표준식으로 하면 정작 농아들 중에 못 알아 보는 분들이 많대요. 혹시 그분들이 볼지도 모르잖아요."
수화 연기는 가끔 폭소를 빚기도 한다. 주먹을 쥐고 중지만을 펴 손등쪽을 보이는(！) 것이 수화의 `오빠'인데 대본에 워낙 이 단어가 많이 나와 제작진들로부터 "그것 좀 어떻게 할 수 없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KBS 특채를 거쳐 SBS TV 5기로 들어가 데뷔한지 5년째인 김정아의 올해 목표는 `알듯 말듯한 얼굴'이라는 말을 벗어나는 것.
YJ학사고시 CF에서 사각모를 쓰고 눈물을 흘리며 웃는 역할이라고 설명하면 `아하'하는 소리가 나오지만 지금껏 뾰족하게 내세울만한 대표작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아 먹은 것.
1m68, 45㎏의 가냘픈 몸매에도 온갖 레포츠를 마다하지 않는 운동광이지만 선희역을 맡은 뒤론 "덜렁거리고 다니면 연기할 때도 다소곳한 선희가 안 나올까봐" 헬스클럽도 마다할 정도다.
이런 열의라면 그리 먼 목표는 아닐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