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성욕 감퇴는 정신문제서 비롯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지난해부터 호르몬을 측정해 달라는 중년 남자들이 부쩍 늘어 났다.
S그룹의 40대 부장인 최모씨도 호르몬 측정을 위해 진찰실 문을 두드린 환자였다.
최씨의 고민은 갑자기 성욕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처음에는 부인에 대한 권태로움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고급 술집에 가서 탤런트 뺨치는 젊고 예쁜 아가씨를 찾기도 했으나 성욕이 일어나지 않아 몇번이나 포기했다고 털어 놓았다.
남성은 사춘기가 되면 턱수염도 나고 목소리도 굵어지지만 가장 큰 변화는 외부 성기에서 나타난다.
남성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은 대부분 고환에서 만들어지고 극소량이 부신피질에서 제조된다.
나이가 들어 성욕이 감퇴하면 사람들은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자가 진단한 뒤 병원을 찾는 것이다.
최씨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욕이 떨어지자 남성 호르몬을 측정해 달라고 병원에 온 환자 아닌 환자였다.
남성 호르몬이 성욕을 느끼게 하고 원천적인 힘의 근원이 된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고환에서 생산되는 남성 호르몬은 정액을 만들거나 성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이고, 또 뇌에서부터 시작한 복잡한 경로를 따라 분비된다.
그러나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다.
고환을 잃어 버리는 큰 수술이나 사고, 뇌에 생기는 암같은 종양, 고환이 망가질 정도의 독한 약물,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한 방사선 치료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남성 호르몬의 부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성욕이 감퇴하는 것은 남성 호르몬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생활의 권태나 의욕 상실 등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오히려 발기부전에 의해 자신감을 잃은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성욕을 느끼기 위해 테스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과다 복용은 절대 금물이다.
자칫하면 간장에 손상을 주고, 전립선 비대증을 악화시키며 몸무게 증가,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외부에서 호르몬이 유입됨에 따라 고환이 호르몬 생산 능력을 잃는 퇴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약물보다는 가벼운 운동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분위기를 바꾸는 등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최씨는 주사 한대 맞지 않은 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 갔고, 얼마 뒤 밝은 목소리로 식사를 하자는 전화를 걸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