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량] 나는 색소폰 부는 주방장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5시 18분
`색소폰 부는 중국요리 주방장－.'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중식당 `가빈（嘉賓）'에 가면 색소폰 부는 주방장을 만날 수 있다.
화교출신의 모수량씨（43．중식조리과장）.
그는 영업시간이 끝나기 직전 일손이 다소 한가한 시간이 되면 손님들에게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를 선사한다. 특히 그가 즐겨 연주하는 `밤안개'는 듣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할 정도로 구성져 고객들의 넋을 빼놓기 일쑤다.
그가 고객들에게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달초부터.
자신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호텔을 찾는 고객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단, 연주는 문닫기 전인 오후 9∼10시로 하며, 고객 모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시로 연주를 해달라는 분도 있지만 그럴 때는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요리를 직접 만들어야 하고 가끔은 홀에 나가서 손님들이 불편을 느끼는 점은 없는 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연주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을 경우 실례가 될 수 있다는 배려 때문에서다.
그가 색소폰 연주를 배운지는 8년. 취미삼아 시작한 연주가 이제 아마추어 티를 벗고 주위에서 "제법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돼 손님들 앞에 나선 것이다.
4년전 시작한 클라리넷 연주도 수준급.
"색소폰을 불다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집니다. 몸 안에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지요."
그는 최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그룹 결성을 추진중이다. 사내 행사는 물론 양로원 위문 공연 등을 갖기 위해서다.
오는 가을에는 대학로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불우이웃 돕기 공연을 펼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요리경력 20여년째인 그의 장기는 상어지느러미 찜.
몇달동안 이 요리만을 주문한 손님이 있었을 정도로 그로서는 가장 자신있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 가운데 하나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