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비정상 가족관계 묘사 심각하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가족간의 삼각관계, 사생아, 미혼모, 첩 등 이리저리 꼬인 비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안방극장의 단골메뉴로 나타나고 있다.
뒤숭숭한 사회로부터의 안온한 도피처를 제공해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복잡한 틈새를 십분 이용한 불륜작전의 전격 감행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런 불륜 드라마가 안방에 침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KBS, MBC, SBS TV 등 공중파 채널의 전체 드라마 33개 가운데 10개 드라마가 비정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심각하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봄개편이후 4월말까지 전체 33개 드라마 주인공 125명 가운데 10개 드라마 20명（16.0％）이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드라마의 제작은 일단 기획자인 CP와 작가, 그리고 연출자인 PD의 합작품이다.
방송문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진의 발상은 공교롭게도 방송 3사의 공통점이 되고 말았다.
가족간 삼각관계로 지적된 배역은 유부남이면서 동생의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는 남녀주인공（KBS 2TV `욕망의 바다'）과 친자매끼리 재벌 2세와 삼각관계를 벌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여자주인공（MBC TV `신데렐라'）, 이복자매끼리 연적이 되어 한명이 자살한다는 여자 주인공（SBS TV `단 한번의 노래'） 등이 있었다.
주인공이 미혼모거나 사생아인 경우도 각 4건으로 MBC TV `못잊어'는 여자주인공（박지영）이 미혼모로 사생아를 낳아 기르다가 아이의 생부와 결혼하는 내용이고 SBS TV `단 한번의 노래'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주인공（옥소리）이 미혼모로 사생아를 낳아 기르고 MBC TV `별은 내가슴에'의 남자주인공（안재욱）은 사생아로 친어머니가 정신병원에서 죽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SBS TV `모델'은 집안에서 의절당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남자 주인공（장동건）이 아버지를 죽게하고 경영권을 잡은 삼촌과 대립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안방극장이 불륜의 장으로 둔갑하지 않으면 복수의 한을 가진 일그러진 인간군상들의 집합소처럼 돼버렸다.
드라마가 사회상을 반영한다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자화상은 드라마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