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탈꼴지 선봉 - 방망이 끝이 달라졌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5시 08분
한화 장종훈（29）이 `헐크'로 변신했다.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자존심과 명예를 버리고 오로지 독기만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의 장종훈은 순전히 혼자였다.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 하나에 급급한 `종이 독수리'로 전락한 것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눈총만이 의식될 뿐이었다.
팀성적은 뒷전이고 명예회복만이 장종훈의 전부였다.
닷새동안 2군에서 지내고 지난 9일 다시 1군에 복귀한 뒤부터 눈빛은 달라졌다.
팀은 여전히 바닥을 훑고 있는데다 중심타선을 맡고 있는 후배들의 몸부림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앞쪽으로 고정됐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종훈의 `개과천선'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반영됐다.
2할대에서 허덕였던 타율은 3할1리로 타격 10위까지 치솟았고 4번타자와 거리가 먼 도루도 팀내 최다인 9개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의 사정은 장종훈으로 하여금 보다 더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다.
주초 롯데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이영우 송지만 정기창 등을 대신한 전상열, 신인 강대호 등 `무명용사'들의 투혼에 감격했고 지난 30일에는 코칭스태프의 대폭 개편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먼저 팀이 있고 다음에 내가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실감했다. 꼴찌팀에서 홈런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위기탈출의 선봉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종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