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두번째 연기인생 '큐'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3시 39분
태흥영화사가 제작하는 영화 `창'(娼). 임권택 감독이 윤락녀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를 연출한다는 것, 침묵을 지켰던 신은경이 컴백한다는 사실은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임감독과 신은경의 만남은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신은경이 음주운전 사고, 여론의 질책으로 괴로워하던 시기에 이사장은 "좋은 연기자를 잃어버릴 것같아 안타깝다"며 그녀를 위로했던 것.
이후 임감독이 자신의 96번째 작품으로 `창'을 결정했고, 이사장이 임감독에게 신은경을 추천하면서 캐스팅이 성사됐다.
오랜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신은경은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신은경은 "그동안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받는 질타는 그만큼 저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컸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어요. 또 그 일이 없었다면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아역부터 12년째 연기생활을 하면서 정말 내가 뭘 하면서 살았나 곰곰이 생각했던 시간들이었어요."
그동안 신은경에겐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고통도 많았다. 아버지가 폐수술을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수술비 마련에도 힘들었던 신은경은 최근 불광동 집을 내놓았다.
신은경은 "공인으로서 받았던 질책인 만큼 이젠 공인으로서 책임있는 제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달초 크랭크 인을 준비중인 `창'에서 신은경은 17세부터 30대 후반까지의 모습을 연기하게 된다.
70년대 사창가 골목으로 흘러가고, 거기서 몸이 아플 때 약을 사주는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삶은 윤락가의 이곳저곳을 부유하고, 마지막엔 퇴물로 취급받는 존재가 된다.
"처음엔 비를 피하다가 옷이 젖기 시작하면 빗속에 몸을 맡긴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제가 연기할 영은이란 여자도 처음엔 17세 평범한 소녀였지만 세상을 겪으면서 강해지게 되죠."
신은경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귀로만 들었던 청량리와 미아리의 특수지역을 찾아가 보았다.
"직업여성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해보면서 짙은 화장 이외엔 보통여자들과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은경은 "처음 제가 연기할 70년대 상황에선 어려운 집안환경을 위해 일을 했던 여성들이 많았다고 들었다"면서 "나도 어떤 부문에선 가족을 위해 연기를 했던 부문이 있기에 공감있게 그려낼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