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바리케이드-외국인 노동자에 따스한눈길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4시 42분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는 이방인들, 이른바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낯선 영화'가 `바리케이드'(윤인호감독_제이콤제작)다.
불과 얼마전까지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호기심과 동경이었으나 이제는 이유없는 경멸과 혐오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바리케이드'에는 칸과 자키라는 방글라데시인과 부토라는 필리핀 여인 등 세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 이방인과 함께 세탁공장에서 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은 한식(김의성)과 용승(김정균), 그리고 금희(박은정) 등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결코 다를 게 없는 칸과 자키, 부토를 걸핏하면 구박한다.
"이 새꺄. 잘난 척 하지 말고 방글라로 돌아가."
미국에서 불법취업했던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돌아오는 바람에 대학도 못가고 세탁공장에서 일하게 된 한식은 가족과 동료, 심지어는 `방글라'들에게조차 무관심하다.
용승이 죽어라 쫓아다니는 금희가 자신을 유혹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설픈 한국어로 멸시를 참아가며 살아가는 칸과 자키에게서 허리를 다쳐 돌아온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뿐이다.
용승의 돈을 훔쳐 미국으로 떠나는 금희도 결국은 또다른 칸과 자키이며, 아버지가 아닐까.
불법체류 노동자들에 대한 감상적인 위로나 권익보호 등의 구호보다는 인간을 향한 무관심 속에 자리한 벽, 그 불신의 벽을 허물어내려는 윤인호 감독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저예산 영화라는 점 때문에 칸과 자키 등 배우가 아닌 실제 외국인노동자들의 출연으로 어설픈 연기나 몇몇 장면의 녹음과 화질 등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신인 윤 감독의 연출역량은 뛰어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