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권갑용6단●윤현석4단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03분
제8보（110∼164）＝권 6단의 기풍은 잔수에 강하고 `유 묘수'라 불리는 유건재 7단과 함께 사활에도 매우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다.
즉 스케일이 큰 바둑은 아니지만 남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를 잘 내어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전보 우상귀에서의 실족은 아이러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로는 불충분하고 아마 철저히 `마'가 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패신에 홀리지 않고서야 그런 간단한 사활을 착각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수는 실수를 부른다고 했던가.
백 10으로는 지금이라도 38에 건너 붙여 일전을 불사해야 했다.
백 15, 흑 `가'를 교환하고 안그래도 38의 약점에 노심초사하던 흑은 백 10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 13까지 선수로 약점을 보강해 숨을 돌린다.
이어 15의 역끝내기 다음 17로 뛰어 부자 몸조심.
흑 17은 흑 1의 곳이 사실 반상최대.
백 2 반발은 5까지 백이 안된다.
따라서 백은 1로 받고 3까지 참는 정도.
흑은 선수를 뽑아 다른 큰 곳을 선행하게 된다.
백 20은 흑 21과 교환되어 오히려 흑에 판을 정리케해준 이적의 의미가 짙다.
백 1 쪽에서 추궁해왔으면 흑도 응수가 매우 곤란했다고 윤 4단은 고백했다.
A와 B의 약점이 동시에 노출되어 흑으로서는 두 곳을 커버하기가 사실상 만만치 않았다는 것.
백 22∼64까지 백도 분발하고 있는 모습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