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프로연맹의 '굼벵이 행정'
기사입력 1997년 05월 01일 15시 37분
프로축구연맹의 `늑장행정'이 프로구단들이 애써 일군 땀의 결실을 희석시키고 있다.
지난달 19일 끝난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대회 입상팀에 대한 시상식을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것.
올대회는 부산 대우의 극적인 우승과 전남 드래곤즈의 감격적인 2위로 막을 내려 역대 어느대회 보다 스릴이 넘쳤다.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일화가 승점 1을 앞서며, 선두를 달렸고 유공 현대 대우가 골득실차에 의해 2,3,4위를 마크했지만 사실상 골득실차서 절대 불리하던 대우의 우승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우는 선두 일화를 4대1로 대파, 유공이 전남에 패하고 현대가 삼성과 비기는 바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또 5위로 처졌던 전남이 유공을 6대0으로 셧아웃 시키고 2위에 올라 창단후 처음으로 입상권에 진입했다.
지난 91년 정규리그 우승후 4년만에 패권을 안은 대우나, 95년 창단후 첫 입상권에 든 전남 드래곤즈나 이번 대회는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대회를 주관한 프로축구연맹은 마치 이들팀들의 입상을 `시기'라도 하듯 아무런 이유없이 시상식을 미루고 있다.
구단 프런트 입장에선 연간 수십억원씩을 축구단에 투자하는 구단주에게 우승컵을 안고 인사라도 하는 것이 예의지만 시상식이 미뤄지는 까닭에 `빈손'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또 프로연맹에서 주는 우승상금에다 구단이 일정액을 보태 지급하려던 우승 보너스도 본의 아니게 미루어지고 있다.
물론 경기 당일에는 우승후보 4개팀중 어느팀이 우승할지 몰라 시상식 준비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리그 시작까지는 1주일간의 여유가 있었으니 이 기간에 당연히 시상식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프로연맹은 대회가 끝난뒤 아무런 통보조차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구단 관계자들의 문의에 연맹측은 "왜 그렇게 조르느냐"는 적반하장식 대답이다.
프로연맹의 `굼벵이 행정'에 구단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