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통신] 신선한 심판오심 공개사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특이하다고 느낀 일 2가지가 있다.
다름 아니라 심판에 관한 얘기다.
먼저 지난 20일 기후 나가라가와구장의 히로시마전에서 있었던 일.
3_0으로 앞선 4회초 주니치 공격.
2사 1루에서 8번 포수 나카무라가 좌측 펜스의 폴대를 살짝 빗겨가는 파울홈런을 때렸다.
덕아웃에 있던 동료들이 모두 목을 빼고 쳐다봤지만 분명히 파울이었다. 그런데 그 경기의 3루심인 다나카씨（나중에 알았는데 센트럴리그 심판부장이었다）가 오른손을 휘휘 돌리는 게 아닌가.
1루주자와 나카무라는 여유있게 홈인했고,히로시마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분명히 파울볼이어서 동료들이 환영나가지도 않아 나카무라는 덕아웃에 앉아있는 선수들과 손바닥을 마주 쳤는데 다음날 아침 주니치스포츠 1면에 그장면을 찍은 사진이 실렸다.
동료들은 모두 웃고 있고 나카무라는 `이게 웬떡이냐'는 듯한 응큼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 그때를 생각하며 한참 웃었다.
심판진은 4심이 모여 협의한뒤 잠시후 다나카 3루심이 본부석으로 뛰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본인의 실수다.홈런 판정을 파울로 정정한다.잘못된 판정과 번복에 대해 사죄한다"고 방송했다.
심판부장 때문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공개적이고 정중한 사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하나의 심판 이야기는 올해부터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심판이다.
센트럴리그 사무국의 요청을 받아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파견된 디뮬로심판이 일본 최초의 외국인 심판이다.
디뮬로심판은 지난 17일 고시엔구장의 주니치_한신전에서 주심을 맡았는데 한신 타자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요시다감독과 신조 히라쓰카 등 중심타자들이 경기후 강한 불만을 제기했는지 18일자 일본 신문에 `시급한 외국인심판 대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미－일간의 스트라이크존 차이는 당연하지만 갑작스럽게 미국식 존을 적용하면 혼란이 일기 때문에 디뮬로심판이 `일본식'에 완전히 익숙하게 되도록 철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20여년 야구를 해왔지만 심판마다 손이 잘 올라가는 존이 있는데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약간씩 틀려지기도 한다.
인간이기에 오심도 하지만 심판에 대한 불만은 주로 진 팀에서 나온다. 주니치가 10대3으로 이긴 경기에서 디뮬로주심이 완투승을 거둔 오치아이의 공만 잘 잡아줄 이유는 없다.
작년에 나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컨트롤 잡기에 애를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선수, 심판, 관중의 `3위일체'가 되어 진행되는 야구경기에서 심판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그런 존재인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