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광고] 벗겨야 잘팔린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58분
"보여줄 건 확실히 보여주자." 누드광고가 선풍을 일으키면서 `노출부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예년의 경우 벗은 남녀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앞부분은 보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옆은 물론 앞까지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 골프용품업체인 P교역의 경우 골프공을 뜨겁게 달궈 비거리를 늘리는 `핫샷' 판촉광고에서 전라의 금발미녀를 등장시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볼륨감과 탄력이 넘치는 젖가슴을 비롯, 전신을 드러낸 미녀가 불길에 휩싸인 골프공을 깨고 뛰어나오는 모습의 이 광고는 성적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D보험사도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며 삭발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풍만한 젖가슴 등을 보이며 태아의 모습으로 쭈그리고 앉아있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 화장품업체인 클라린스 역시 섹시한 가슴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포탄형 젖가슴'의 금발미녀를 내세워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본능을 휘어잡고 있다. 이런 누드광고는 비누나 화장지, 내의업체 등에서 TV를 통해 펼치는 `안방광고'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등 `누드광고 신드롬'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동방기획의 민선영 판촉국장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적 욕구와 미녀를 가지려는 남성적 본능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게 전라의 미녀를 등장시키는 누드광고"라며 "누드광고는 또한 쉽게 싫증이 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갈수록 노출이 심해지고 자극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누드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한보사건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민 국장의 얘기. 한보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발뺌으로 일관하면서 `보여줄 건 속시원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팽배, 누드광고가 유례없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광고계에서 일반적 공감을 얻고 있다. 김종규씨（33·회사원）는 "뻔한 상황에서도 멍청한 질문과 이를 비웃듯 발뺌하는 답변이 오가는 한보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가슴까지 답답해 울화통이 터진다"며 "이런 답답증을 해소시키려는 듯이 요즘들어 누드광고가 늘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